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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선을 지나갈 때」: 세 번째 노량진 세 번째 노량진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2004년 재수 때 '진짜' 노량진에서였다. 재수하면 노량진. 노량진으로 들어가긴 가야겠는데 노량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그곳의 학원을 알아보던 중 대성, 정진과 같이 유명한 학원에는 입학 시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인생은 시험의 연속인 건가고 낙심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시험이 없는, 그래서 아무나ㅡ내가 그 '아무나'다ㅡ 들어갈 수 있는, 실제로 가봤더니 정말로 수녀도 있고 중도 있었던, 한샘학원에 들어갔다. 좁은 강의실에 들어서며 어두운 사람들이 그 두꺼운 파카들 껴입고 북적북적 모여 있는 광경에 압도되고, 밥 배급 기다리듯 고개 푹 숙이고 줄지어 앞으로 새까매질 교재들을 받아 돌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첫 번째 노량진 라이프는 시작되었다. 일 년 남.. 2015. 6. 25.
「서른」 : 어딘가에도 어딘가에도 나처럼 힘겹게 서른을 지나갈 누군가가 있을 거란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 언니, 언니를 본 지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중략) 그때는 언니가 되게 언니처럼 느껴졌는데 이제 저도 서른이네요. 그사이 언니에게도 몇 줄로는 요약할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갔겠죠? 바람이 계절을 거둬가듯 세월이 언니로부터 앗아간 것들이 있을 테죠? 단순히 '기회비용'이라고만 하기엔 아쉽게 놓쳐버려 아직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도. 말해도 어쩔 수 없어 홀로 감당해야 할 비밀과 사연들도요. (중략) 자식 노릇, 애인 노릇 등 온갖 '도리'들을 미뤄오다 잃게 된 관계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닌데. 좁고 캄캄한 칸에서 오답 속에 고개를 묻은 채, 혼자 나이 먹어갔을 언니의 청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어요. -2.. 2015. 4. 24.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 함께 걷다 보면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설을 쓴다는 건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고 믿으며 어두운 도로를...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고통의 종류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신체의 질병 때문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서, 또 어떤 이는 직업을 잃고 입시에 실패하여 고통을 겪는다. 고통을 겪는 이유는 사람들이 저마다 겪는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고통의 가지수는 아마도 인구수와 비례할 것이다. 고통의 크기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그것이 농구공만 하여 견딜 만하다 말하고, 누구는 지구만 하여 도무지 견딜 수 없다 말하고, 또 누구는 타키온만 하여 고통이 있는 것 같지만 증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2015. 4. 24.
당연한 것 1. 엄마가 할머니가 됐다. 손자 이야기라면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다. 무표정한 아기를 안은 채 엄마는 시종 웃는 얼굴로 묻고 답하고, 울기라도 하면 어르고 달래고. 손자가 찍힌 영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본 것 또 보면서도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우리 할머니도 나를 보며 저러셨을까. 2. 나에게는 외할머니가 할머니였다. 친할머니가 나 태어나기 전 일찍이 돌아가신 것도 이유였지만, 외할머니의 '외'자가 이제 막 말 배우는 나에게는 쓰기에 그리고 발음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오할머니, 오할아버지. 그래서 나에게는 외할머니가 할머니였다 나의 할머니는 언제나 '웃는 할머니'였다. 명절 때마다 시골 외갓집에 갈 때면, 대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할머니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똥강아지 왔는가.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 2015. 4. 21.
감정 단어 모음 ------------------------------------------------------------------------------------------------------------------------------------------------------------------------------------------------------------------------ 기쁨(喜)감격스러운, 감동적인, 감사한, 고마운, 고무적인, 기쁜, 낙천적인, 날아갈 듯한, 놀라운, 눈물겨운, 든든한, 만족스러운, 뭉클한, 반가운, 벅찬, 뿌듯한, 살맛나는, 시원한, 싱그러운, 좋은, 짜릿한, 쾌적한, 통쾌한, 포근한, 푸근한, 행복한, 환상적인, 후련한, 흐뭇한, 흔쾌한, 흥분된 노여움(怒)가혹한, .. 2015. 4. 21.
「김 박사는 누구인가」 : 기원 김 박사는 누구인가 저자 이기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3-04-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왜 그랬는지 나조차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있다. 그것들의 원인을 아무리 복기해보아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는데, 그것들은 대개 '나쁜' 것들이어서 오랫동안 찝찝하게 잔향으로 남는다. 내게 남아 있는 좋은 것들은 왠지 유전의 흐름을 거스른 나의 노력의 결과인 것만 같고, 나쁜 것들은 부모가 남긴 불순물들이 ㅡ부모 자신들도 해결해내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버린 것들이ㅡ 나에게 퇴적되어버린 것만 같다. 그래서 원망하는 마음으로, 내 어린 시절로 그것들의 기원을 찾아나선다... 2015. 4. 18.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EBS 다큐프라임 67 인재 전문가 도쓰카 다카마사는 자신의 저서 에서 인재는 '기본'에 철저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누구나 알지만 쉽게 지나치는 인간관계, 여유와 배려, 시간 엄수 등이 인재를 만든다고 말했다. 68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결국 솔직한 자신과 대면하는 것, 여기서부터 인재의 탄생은 시작된다. 73 인재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77 멘토들이 지아 씨에게서 느낀 첫 인상은 지아 씨의 불안이나 초조함과 같은 부정적인 면이 아니었다. 멘토들이 눈여겨 본 것은 그녀의 태도이다. 유순신 대표는 얼굴이 환하고 얘기할 때도 반드시 눈을 맞추는 지아 씨의 태도를 상기하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다 가리고 기업 입장에서 인터뷰해 봤을 .. 2015. 4. 9.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 반바지라니까 김 박사는 누구인가 저자 이기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3-04-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 나는 지금 반바지인지 팬티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나는 팬티일 거라곤 추호도 의심해본 적이 없지만) 아랫도리를 입고 있다. 멋들어진 하와이안 비치가 형광색으로 알록달록 그려진. 형네 집에 얹혀 살고 있던 어느 푹푹 찌는 여름날. 담배 한 갑 사러 나왔다가, 열쇠는 깜빡 두고 나왔는데, 아차 하는 순간 현관문은 잠겨 버렸고, 비밀번호도 모르고, 호주머니엔 달랑 천 원 밖에 없어서 갈 데는 없고. 갑자기 짜증은 확 올라오고, 에라 모르겠다, 담배를 사기로 하고. 그런데 사러 가자니 내가 입은 건 반바지인지 팬티인지 구분이 안 되는.. 2015. 3. 2.
『웰컴, 삼바』 : 제 이름으로 산다는 것 웰컴, 삼바 저자 델핀 쿨랭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5-0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상이 정한 한계의 끝을 향해 멈추지 말고 걸어라. 축제와 배척... 프랑스 이주 10년차. 세금도 꼬박꼬박 냈지만, 삼바가 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 밑 바닥의 일, 쓰레기 분류 작업조차. 삼촌의 체류증을 빌려 가 되고, 전 동료의 체류증을 훔쳐 가 되어서야, 변변치는 않아도 일은 구하게 되나, 살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죄를 짓게 되는 구조. 그녀는 지갑 속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삼바가 거기서 조나스의 신분증을 꺼낸 것을 알지 못했다. -336쪽 그의 이름은 조나스 빌롬보다. -344쪽 삼바가 죽은 친구 조나스의 지갑을 조나스의 연인인 그라시외즈에게 전달하는 장면이다... 2015.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