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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5

<인디아 블로그> "여행은 혼자보단 둘이 훨씬 재밌다!" * 1. 두 남자가 인도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에서 뛰다 쉬다 춤추다 수영하다 눕다 하는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여행 다녀와서 여행기 하나만 써봐도 그때의 맛을 살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걸 알겠는데, 두 남자는 그 좁은 무대를 '충분히' 인도로 만들었다. 웃통 벗어젖히고 물 속에 뛰어드는데, 와- 거길 바다로까지 만들 줄은. 2. 좋은 장면 하나. 디우로 가는 길. 정전된 열차 안에서 랜턴 켜고 함께 고추참치캔 따먹는 장면(고추참치 한 입에 긴 말 필요없이 탄성을 지를 때). 여행 가면 소소한 음식에 온갖 오바스러운 감탄을 하지 않았던가. 3. 좋은 장면 둘. 사막의 잠자리에서, 그래봤자 얇은 담요 깔아놓은 게 전부지만, 90년대 노래ㅡ찬영(박동욱).. 2016. 2. 11.
<프로즌> : 의도한 용서 "당신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었잖아요. 고통과 함께 살아요." -낸시 (낸시가 아그네샤에게 한 말이지만, 실은 랄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용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용서는, 용서하는 자의 위대함을 나타낸다. 동시에, 용서받은 자는 무엇을 느낄까. 용서한 사람에 대한 무한한 고마움이겠거니 생각하기 쉬운데, 이 연극은 그렇게 말하지만은 않는다. 반대로 용서받은 사람이 느낄 처절한 자괴감에 주목한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나 같은 놈도 용서하는 사람이라니, 그에 비하면 나는 도대체 무언가" 강한 것에 한없이 뻗대다가도 유한 것에 꺾이는 것이 또 사람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평생을 아무런 죄책감 모르고 산 사람, 당연히 아무것도 안고 갈 것이 없던 사람. 어떤 강.. 2015. 9. 3.
<당통의 죽음> : 공포 "도덕 없는 공포는 파괴적이고, 공포없는 도덕은 무력할 뿐입니다. 공포는 도덕의 발산이오, 그것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정의란 말이오." - 로베스피에르 세상을 바꾸는 건 몇 명의 혁명가들의 일이라며, (힘주어) 로베스피에르도, (숨죽여) 당통도 외치지 못하고, 그저 방관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여전히 이 세상에 공포가 만연하다. 총, 칼만 들지 않았지 세상은 사람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잠식해 오는 그것을 인식하자. 그때의 시민들처럼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릴지라도 거리로 나서자. , 가보 톰파 연출 2013. 11. 14.
<동토유케> : 용서할 권리 "저 사람이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은 권리와 내가 김치볶음밥을 먹이고 싶지 않은 권리, 둘 중에 어떤 권리가 중요해요?" - 피해자의 아내 연극 내내 두 권리 중 무엇이 존중받고 있는지 주목하였다. 사형수의 형 집행을 앞두고 벌어지는 일들은, 피해자 가족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사형수에게 그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 대접하기 (그 음식은 피해자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기도 하다), 사형수의 추억이 담긴 놀이 하기 (누구한테는 좋은 추억이 누구한테는 아플 수도 있다), 사형수의 마음이 편해지도록 찬송가 불러주기 ("마음이 편해지도록이요?"), 사형수의 인권을 지나치게 고려하다보니 피해자의 가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집행 매뉴얼 (교수형에 쓰이는 밧줄의 두께는 어떠해야 하고, 재질은 사슴가죽이어야.. 2013. 11. 13.
<아버지의 집> :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가 곁에 있어도 아버지를 찾아 다닌다.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도 아버지의 부재를 느낀다. 심리적 부재?) 아무 이유 없이 폭 안기고 싶은 아버지. 그런 포근한 집 같은 아버지를 느낄 수 없게 되어 버린 요즘 세대, 아니, 나. 어려서부터 그랬다. 아버지가 날 미워해서가 아니라, 괜히 아버지가 어려웠고 피하고 싶었다. 둘만의 시간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고 둘 사이에 흐르는 건 냉기 뿐이었다. 그래서 중간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싫은 건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 버렸다. 폭력을 휘두르신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못지 않은 일들이 허다했다. 온갖 집기가 부숴지고, 참을 수 없는 고성이 오갈 때, 난 문을 닫고 방 한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2013.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