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승유2

「라이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기분 그때마다 발생하는 기분따라 하지 못해 얼마나 아쉬웠던지. 하지만, 그때마다 발생하는 기분따라 했다가 후회했던 적이 훨씬 많다. 아쉬움과 후회 사이에서 잘 예측하고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그래도, 기분 혹은 '몇 분 전의 느낌'에 힘입어야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 기분이 사그라들고 나면 절대로 할 수 없는 그런 것. 연애의 시작도 아마 그 중 하나. 기분은 확실히 필요하다. 나의 기분도 당신의 기분도. 기분의 일치. *** 탁자의 단순한 힘에 기대어나는 사라진 라이터들과 한통속이다당신의 목덜미에 손을 얹고무슨 말이든 하기 위해서는당신이 주머니에 넣어 간 그 기분이 필요하고 당신의 얼굴을 돌려세우려면양손의 의지보다 확실한몇 분 전의 느낌들이 필요한데입술이 끌어모으는 결.. 2016. 5. 18.
「오래 사귀었으니까요」 : 만약 그런 식의 말이라면 나도 모레 아침까지라도 할 수 있는데. 만약 늘 곁에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 지 방법도 모를 것이고(당장 달려가도 시원찮을 때에 앉은자리에서 뜨개질이라니, 근데 뜨개질밖에 생각나지 않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지금 연락을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 청승맞게 탭댄스를 출 거고(장문의 문자를 썼다가 이모티콘을 지우고, 느낌표를 마침표로 바꾸고, 몇 개의 단어를 지우고, 결국 다 지우고, 주춤주춤), 오지 않을 그의 연락을 두 귀 쫑긋 세우고(환청이 들리기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하겠지. 오래 사귀면 내가 사라진다는 말도 알 것 같다. 네가 없는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더라. 혼자서 뭘 해봤어야 말이지 몇 년 동안. *.. 2016.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