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3 「마음 한철」 : 엉뚱한 대답 때로는 엉뚱한 대답이 더, 진지한 고민과 진실한 반응으로 들린다. 최소한 "그럴까?"하는 무모한 동의나, "싫어"하는 단호한 거절보다는 솔직하게 들리지 않나? 시인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잘 모르긴 모르겠어도. 싫지 않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태,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였을까. ***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절벽에서 바다를 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 하는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ㅡ「마음 한철」中,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 준 2016. 4. 4. 「환절기」 : 서로의 끝을 보고도 몇 번의 환절기를 지나 온 지금, 지난 절기들을 되돌아본다. 환절기를 하나씩 넘을때마다 당신의 것들을 새롭게 하나하나 알아왔고, '이 사람과 계속 해도 되는 건지' 의문을 조금씩 지워왔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호감이라면 모를까. 몇 번의 절기들을 거치면서 서로의 끝을 보고도 서로의 편을 들어줄 수 있을 때, 어쩌면 그때부터 '사랑하는 게 맞나보다'고 말할 수 있나보다,고 말할 수 있나보다. ***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 2015. 10. 25.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자랑 취업 관련 카페에 들어가보고는 이 세상에 대단한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답게 없는 게 없고, 독하리만큼 다 가지고 있다. 저들이 준비하는 것들을 보니, 요즘 취업에는 9종 세트가 필요하다고 한다.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 입상·인턴 경력·사회봉사·성형수술'이 그것인데, 게시판에 여간한 스펙으로 괜히 자랑했다가는 망신만 당하기 십상이다. 9종 세트 외에도 국토대장정이나 마라톤 완주 경험을 강조하며 자기는 인내심이 누구보다 강하여 회사의 어떠한 압박에도 다 견딜수 있다는 둥, 자랑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자기의 장점을 드러내려 애쓰는데들,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높아질까만을 생각하다보니, 곁의 사람들을 둘러보는.. 2015. 10.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