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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들30

벌새 (House of hummingbird, 2018) 영화엔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가 유독 많이 나온다. 동급생과의 연애, 후배와의 감정, 친구와의 우정. 솟아났다가 사그라들었다가. 그 중 한문학원 선생님과 이야기가 인상깊다. 아무것도 아닌, 잠깐 스쳐갈 그런 관계일 수 있었던 한 아이에게 정말 예를 다해 대해준 선생님의 모습에 큰 감동이 인다. 다음에 만나면 다 얘기해준다는 말이 꼭 진실로 들리는데 영영 그럴 수 없어 아련하다. 그래도 이 아이는 정중했던 한 어른을 기억하며 꿋꿋하게 살아갈 테지. 2020. 3. 30.
1917 (1917, 2019)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0. 3. 23.
우리들 "그래서? "같이 놀았어." "놀았다고?" "어. 보물찾기 하러 나갔는데?" "야. 이윤. 너 바보야? 그러고 같이 놀면 어떡해." "그럼 어떡해?" "다시 때렸어야지." "또?" "그래. 걔가 다시 때렸다며. 또 때렸어야지." "그럼 언제 놀아?" "응?" "연우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우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2019. 12. 31.
걷기왕 "인생은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저 거친 광야를 헤매도록 좀 내버려 둘 필요가 있지 않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애들 잘 도착할 겁니다." "아니요, 그만 할래요." 2019. 12. 31.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2019) 2019. 8. 15.
김씨표류기 "짜장면은 희망이래요." 나를 구해줄 유람선을 피할 때부터 알아봤다. 그 섬이 살 만한 거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보다 오뚜기와 오리와 더불어 밭갈고 씨뿌리고 농사짓고 사는 게 행복한 거다. 새똥만져 어렵게 얻은 씨앗에서 터져나온 싹을 본 김 씨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짜파게티 봉지를 흡흡 흡입하던 김 씨가 짜장면을 다 마다한다. 내가 어렵게 어렵게 일구어가는 삶 위에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완성품을 들이미니 허무할 수밖에. 사람에게는 짜장면보다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이 더 중요한 건가. 자유를 갈급해하던 자들이 쇼생크에서 출소하여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고도 불행한 선택을 한 것도 어쩜 같은 맥락이겠지. 십 년 전 작품인데 혜안이 놀랍다... 2019. 7. 16.
First Man 20181023 "아빠, 달에 혼자 가면 외롭지 않을까요?" 그렇다. 사랑하는 내 딸 카렌에게는 단 한 발자국도 다다를 수 없었다. 그토록 꿈꾸던 달에 가서도 사무치는 딸 생각은 버릴 수 없다. 2018. 11. 27.
<한여름의 판타지아> 내 눈에 '완벽하게 예쁜' 사람을 만나면 저렇게도 된다. 하루 이틀 새에도 한 사람에게 완벽하게 빠져 버리는. 무턱대고 들이대고도 싶었을 텐데, 여자가 그은 선을 지켜주려는 남자의 배려가 돋보인다('이쯤에서 내가 들이대면 저 여자는 부담을 느끼고 도망가겠지?'와 같은 계산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말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그런 배려). 툇마루(물론 일본가옥이니 다른 명칭이 있겠지만)에 서로 몇 뼘은 떨어져 앉아 나무기둥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 특히 그게 느껴진다. 저 정도면 남자가 죽을 힘을 다해 참은 거 아닌가? 여자가 당장 내일 가면 앞으로 언제 볼 지, 볼 수 있기나 한 건지 모르는 상황에. 터져나오는 걸 참다 못해 그게 마지막에 키스로 삐져나왔는데, 그 장면은 좀 놀랐다. .. 2016. 5. 2.
NCAA 파이널 "보고오세요. 팬티는 필수입니다"라는 댓글에, 안 볼 수가 없었음. 빌라노바와 노스 캐롤라이나의 NCAA 파이널. 역시, 갈아입을 팬티 준비하길 잘했음. 2016.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