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3

「특별한 일」 : 최선 한때 기타를 하도 쳐서 지금도 내 손끝에는 굳은살이 박혀 있다. 스타크래프트에 미쳤을 때는 쉴새없는 마우스질에 오른 손목의 안쪽이 딱딱해졌었고, 한창 공부를 많이 할 때는 오른손 중지 손톱 밑이 굳어져 감각이 없었다(지금은?). 아버지의 팔꿈치 안쪽을 만져보면 역시 딱딱하다. 거기가 어째 딱딱한가 여쭤보니, 낮은 포복 자세로 기계 밑에 엎드려 허구한 날 수리를 하다보면 그렇게 된다신다. 그동안 다친 채 집에 오시던 장면을 떠올려보면, 굳은살은 뭐 애교 수준이다. 기름독 때문인가 나뭇껍질처럼 변해버린 양손은 남자의 훈장 같은 거라고 해도, 화상 입고, 감전 되고, 여기저기 찢기고, 손가락 살점이 떨어져 비틀비틀 집으로 들어오는 아버지를 보는 자식의 마음은 한없이 죄송스럽다. 도마뱀은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으.. 2015. 12. 17.
「변두리」 : 점멸신호 파란불이 깜빡거릴 때, 가기엔 애매하고 굳이 가지 않아도 될 때, 이때 과감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경이롭다.'그러다 사고 나'라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 과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가지 마라 정확하게 말해주는 빨간불 아래서, 확실한 파란불을 기다리며이미 저만치 걸어가는 무모한 사람을 넋 놓고 바라본다. 당최 건너지 못하던 사람은, 신호등이 아무리 오래 깜빡거린다고 해도, 그 길을 절대 건널 수 없다.요즘은 신호등에 친절하게 숫자도 표시되어 상황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지만, 속절없이 줄어드는 숫자 앞에 머뭇거릴 뿐, 그래도 못 건넌다.안전한 파란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이다.어려서 '어른이 시키기 전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을 철저히 배워온 까닭일 수도 있다. *** 신호.. 2015. 12. 16.
「그늘의 맛」 : 그늘을 먼저 최근 회사가 다른 회사에 매각되어 지방으로 강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친구의 불평을 SNS를 통해 보았다. 불평 한마디면 될 것을, 그 글에는 대학이며, 군대 이야기며, 전 회사(이미 매각됐으니까) 이름까지, 은근 누설돼 있었다. 나는 이 대학을 나왔고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학교, 그런데 이사와 학교가 무슨 상관?), 군에서 이 계급이었고 (사실 계급이 명시돼 있지는 않았다, 대신 직책을 적어놓는 은밀한 수법. 그런데 또 이사와 군대가 무슨 상관?), 군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이 회사에 당당히 입사했는데 (굴지의 S그룹. 회사가 매각되었으므로 이미 소속이 바뀌었지만, 현 회사보다는 S그룹 출신이라는 게 훨씬 중요한 듯), 왜 내 인생은 꼬일대로 꼬여,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듣보 회사.. 2015.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