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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들/한때의6

초록매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0. 4. 21.
짝꿍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0. 1. 15.
행렬 기억인지 상상인지 모르겠다. 매캐하다. 어려서 한 여대 옆 3층 높이 빌라에 살았다. 동네 구석에 한적하게 자리잡은 학교가 내게는 놀이터였다. 학교 테니스장 옹벽에 공을 던지고 다시 받다보면 하루가 금방 갔다. 발길이 뜸한 겨울 교정에는 눈이 수북히 쌓였고 나는 그 눈을 처음 밟는 게 어렵지 않았다. 카톨릭 학교인지라 인자해 보이는 수녀들이 수시로 오다녔고 미국사람인 줄만 알았던 벨기에 수녀는 또 얼마나 다정하게 인사해주었던지. 어느 날부턴가 학교 주변이 시끄러워졌었다. 그 즈음해서 엄마는 나보고 밖에 함부로 나가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 시끄러운 함성과 그 후에 터져나오는 둔탁한 소리. 아빠 따라 올라간 옥상에서 아무리 까치발을 서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눈은 따끔거리고 고약한 냄새가 콧속을 때린다... 2018. 1. 17.
폭군 그곳에 갔더니 거기엔 무소불위의 대대장이 있었다. * 전역을 4개월 남기고 생각보다 빨리 온 후임 소대장. 인사 문제가 꼬인 모양이다. 이렇게 빨리 굴러오는데 어쩌겠나, 박힌 돌은 얌전히 비켜줘야지. 2년 남짓 키워놓은 소대원들, 얼굴 한번 더 보면 그만큼 정 더 들까, 그들이 잠든 사이에 야반도주하듯 정든 부대를 나왔다. 연대에 가니 나를 모시러 온 녀석이 있다. 앞으로 허드렛일 감당해 줄 아주 귀한 일꾼이니 당연히 모시러 와야지. 삼십 분쯤 가니 내가 4개월 동안 묵을 을씨년스러운 부대가 보인다. 그때 예감했어야 했다. 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정돈된 부대와 그 안을 거니는 로봇같은 사내들의 무표정에서, 왜 어떠한 횡포도 예감하지 못했을까. 군 생활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사회 진출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 2015. 10. 23.
밀레니엄 그녀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5. 10. 20.
당연한 것 1. 엄마가 할머니가 됐다. 손자 이야기라면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다. 무표정한 아기를 안은 채 엄마는 시종 웃는 얼굴로 묻고 답하고, 울기라도 하면 어르고 달래고. 손자가 찍힌 영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본 것 또 보면서도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우리 할머니도 나를 보며 저러셨을까. 2. 나에게는 외할머니가 할머니였다. 친할머니가 나 태어나기 전 일찍이 돌아가신 것도 이유였지만, 외할머니의 '외'자가 이제 막 말 배우는 나에게는 쓰기에 그리고 발음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오할머니, 오할아버지. 그래서 나에게는 외할머니가 할머니였다 나의 할머니는 언제나 '웃는 할머니'였다. 명절 때마다 시골 외갓집에 갈 때면, 대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할머니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똥강아지 왔는가.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 2015.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