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일부러 내 반경으로
텅 빈 내 방에 누군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 한 계절이 따뜻할 거라는데, 일부러 멀리서 내 반경으로 찾아와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차 타고 나가 밥 사주고 (자네 주머니 사정 뻔히 아는데), 이야기 들어주고 (내 특별할 것 없는 일상), 한바탕 웃다가 (얼마만에 웃는 것인지), 다시 데려다 주고 돌아가는 (이렇게 황송할 수가, 난 멀리 못 나가네) 친구가 있어 내 계절은 이미 따뜻하다. 이런 친구 하나 있기에 내 삼십대가 외롭지 않다. ***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2015.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