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5 세속적 이 일은 왜 하냐고 물으면 난 돈 벌려고 일한다고 대답한다. 그 말 들으면 다들 갸웃한다. 거기다 대고 나는 별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말해 뭐해. 돈 버는 걸 세속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반면에 돈 적게 받고 밤낮없이 시간 들여 복음 전하고 선교하는 건 되게 거룩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목사님들 강단에 서서 당당하게 설교하고는 사례비 받을 땐 뒤쪽으로 돌아가 비자금 받듯 몰래 받는 건 대체 왜 그런 건가. 설교라는 노동을 했으면 그에 대한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거다. 일을 하고 '일한 만큼' (일한 것 이상으로 받거나 일하지 않고 받는 건 좀) 돈을 받는 건 신성한 거다. 받을 돈 마다해가며 자기 삶 다 바쳐 일하면서, 이렇게 하다보면 하늘도 감동해 어디서 일 억쯤 뚝 떨어지지 않을.. 2020. 5. 29. 『홀로 서지 않기로 했다』, 조수희, 목수책방 (2019) 돈에 저당 잡힌 인생은 돈이 많건 적건 불안했다. (중략) 돈만 바라보며 버티는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걸, 몸과 마음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9쪽지속가능한 삶은 자연을 착취하며 권력 맨 아래에 있는 생명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을 지양한다. 대신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사는 삶을 지향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제1의 가치로 두지 않는다. -12쪽천연자원을 낭비하고 제3세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주의가 싫은 아저씨는 자신의 한계선을 재설정하기 위해 도시에서 영위할 수 있는 편한 삶을 포기하고 자급자족의 삶을 택했다. -35쪽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평화로운 식탁이었다. -39쪽고노하나패밀리는 공동체 내부에 고립되지 않고 외부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려 한다. 외부사회와.. 2020. 5. 19. 까라면까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무슨, '까라면까'입니까?" - 내가 짧게 경험한 바 정작 군대에는 '까라면까'가 없었다. 까야할지 말아야할지 내가 고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수직구조 속에서도 꽤 큰 자율이 있었달까. 소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 권한이 잘 보장되었다. 병력관리에서든 교육훈련이나 작전수행에서든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랬다. 소대장이 소대원들 훈시하는데 중대장이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상담도 내 계획에 맞춰 하고, 상담 내용은 비밀이 보장되었으며 중대장에게는 특이사항만 보고하면 그만였다. 훈련이나 작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대 작계만 잘 익힌다면 그 안에서 얼마든지 소대 지휘가 가능했다. 중대장이 와서 왜 여기에 땅을 파냐, 사격구역이 이게 뭐냐 간섭한 적이 없다. 중대장은 자기의 계획을 잘 설명.. 2020. 5. 11. 『습관의 말들』, 김은경, 유유 (2020) 먹고 나면 설거지는 즉시 하고, 행주는 사용하고 나면 빨아서 탈탈 털어 걸어 두고, 도마는 식초와 베이킹파우더로 한 번씩 소독해 잘 말려 주고, 청소년 시간을 정해 거르치 않으면 내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습관이 되면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하려고 마음 먹는 순간 미션이 된다. -23쪽 나갈 곳도 없지만 외출 준비를 하듯 씻고 차려입으면 일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27쪽 어떤 일에 대처하는 혹은 맞닥뜨리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도 습관처럼 반복되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떤 자세와 태도가 되풀이되면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 된다. -29쪽 가정교사 일로 돈을 벌며 남의 방 한구석이라도 매일 자신이 지내는 곳을 정갈하게 유지했고, -37쪽 어떤 사람의 정신세계를 가장 투명하.. 2020. 4. 27.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등, 민음사 (2020) ::곡성:: 여성들은 가장 밑바닥 계층이었고, 가장 많은 피해를 당했고, 그러니까 한도 더 많이 맺혔을 것이라는 합리적 가정 아래 등장한 것이 처녀 귀신들의 한풀이 이야기입니다. 사또의 머리맡에 남자 귀신들이 나타나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죽어 버리면 자신의 한을 풀 수는 없어요. -146쪽 일본인 노인과 무명은 이 영화 속에서 불길하고 수상한 느낌을 풍기는 존재입니다. 무리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일단 그들을 의심하고 봅니다. 낯선 존재를 더 배려하고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안 좋은 일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극도로 폐쇄적인 성격을 가진 공동체가 불길하다고 여기는 존재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듯 보입니다.. 2020. 4. 27. 『읽기의말들』, 박총, 유유 (2017) 그저 책을 읽다 말다 하며 뒹굴뒹굴해야 할 아이들도 왜 책을 읽느냐고 하면 재미있어서, 혹은 딱히 할 일이 없어서라고 하기보다 "책 읽으면 똑똑해지고 좋은 대학 가잖아요" 한다. 명분도 목적도 없는 순수한 쾌락으로서의 독서가 이토록 희귀하고도 사무치게 그리운 시대라니. -39쪽 독서만큼은 경쟁을 위한 질주가 멈추는 무목적의 행위가 되어야 할 터인데 '생존봇'이 된 우리는 책을 이용하고 버리는 몹쓸 짓을 반복한다. 더 무서운 것은, 책을 대하는 방식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묘하게 포개진다는 것이다. -39쪽 투입한 시간과 비용 대비 남는 장사인지 계산기 두드리는 독서를 해 봐야 시답잖은 것만 거둔다. 한편 읽어서 아무 이득도 남기지 않는 독서야말로 가장 많은 것을 남긴다. -41쪽 문학을 함으로써 우리는 .. 2020. 4. 27. 『9번의 일』, 김혜진, 한겨레출판 (2020) 뭐가 겁이 나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젠가부터 생겨난 버릇이었다. -15쪽 그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 순간은 그런 지난 시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만한 더없이 좋은 기회인지도 몰랐다. 그의 말 한마디가 자식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점점 주눅이 들고 있는 두 노인의 마음을 조금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24쪽 부장은 서류 두 장을 내밀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그가 회사의 퇴직 제안을 거절했다는 확인서에 서명을 하고, 재교육에 성실히 참여할 것과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하자 입을 다물어버렸다. -28쪽 그럼에도 자신이 왜 이토록 사소한 것에 마음을 쓰고 옹졸하게 굴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30쪽 그건 외부를.. 2020. 4. 23. 사실을 떠나 '사실을 떠나' 사과를 하는데 절대 하지 말아야할 표현 중 하나다.사실을 기반하여 기면 사과하고 아니면 사과하지 않으면 되는 건데, 왜 사실을 떠나나.난 사과하고 싶지 않은데 (내 기준엔 사과할 일 없는데) 보아하니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늉이라도 한다는 뜻인가. 2020. 4. 22. 아기에게 주식을 어제 티비 보는데 주식 얘기가 나왔다. 건전한 주식문화를 형성하기 위함이라는 방송의 취지가 무색하게 방송을 보는 내내 찝찝했다. 오늘 아침 되니 그 찝찝함이 뭔지 조금은 알겠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주식을 사준다(이 표현이 맞나? 주식에 문외한이라)던데, 아무 노동도 할 리 없는 아기가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게 되는 그 장면이 가장 거북했다. 뭐 내 자식을 위해 저축하는 게 뭐가 나쁘냐하겠지만. 땀흘려 번 돈이 아니라 부모가 넣어준 돈들이 불어나 아기 자신도 모르게 크고 있는 돈. 돈이 버는 돈. 모든 아기들이 그걸 누릴 수 없는데, 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출발선의 차이인가. 2020. 4. 22. 이전 1 2 3 4 5 ··· 3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