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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등, 민음사 (2020)

by 새 타작기 2020. 4. 27.

 

::곡성::

여성들은 가장 밑바닥 계층이었고, 가장 많은 피해를 당했고, 그러니까 한도 더 많이 맺혔을 것이라는 합리적 가정 아래 등장한 것이 처녀 귀신들의 한풀이 이야기입니다. 사또의 머리맡에 남자 귀신들이 나타나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죽어 버리면 자신의 한을 풀 수는 없어요. -146쪽
일본인 노인과 무명은 이 영화 속에서 불길하고 수상한 느낌을 풍기는 존재입니다. 무리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일단 그들을 의심하고 봅니다. 낯선 존재를 더 배려하고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안 좋은 일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극도로 폐쇄적인 성격을 가진 공동체가 불길하다고 여기는 존재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듯 보입니다. -147쪽
기질적 귀인이란 타인의 행동이 타고난 기질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성급히 단정해 버리는 인지 착오입니다. 수많은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하는 오판입니다. 예를 들어 백인 거주지에 흑인 한 명이 살고 있다면, 마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작정 흑인을 원인이라고 보는 식입니다. (중략) 이런 설정을 통해 어떻게 보면 공동체 규범의 잔인함을 보여 주며 귀신이 두려운지, 아니면 이런 공동체가 더 두려운지를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147쪽

::살인의 추억::

이다혜 가짜 범인 만들기 관행은 적어도 2000년대 초반가지는 존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은 주로 백광호처럼 장애가 있거나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소년 등의 약자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형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회적 낙인찍기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이수정 그렇습니다.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 사회적 지지가 취약한 사람들은 국선 변호인을 써서 무죄를 입증해 낼 개연성이 떨어지니까요. -216쪽
이수정 힘내세요. 상처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입니다. (후략) 이다혜 '같은 가정에서 성장한다 하더라도 모두가 똑같이 크는 것은 아니다.' 결국 성인이 되어서 자기가 자기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성장하면서 어려운 부분들을 극복해 나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수정 그리고 응원합니다. 우리는 결국 연대하기 위해서 지금 이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227쪽 

::기생충::

세 번째 가족이 없다면 이 영화에 '기생'이라고 불릴 만한 관계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기택네 가족은 다들 노동을 하고 대가를 받으니까요.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갈등을 부각시키려고 '기생' 혹은 '기생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지, 사실은 노동을 하고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노동자 계급이 고용주와 가족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해서 한쪽을 기생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235쪽
우리가 성범죄에서 자주 볼 수 있듯, 힘없는 여성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힘없는 남자들입니다. 하층 계급은 상층 계급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폭행은커녕 접근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대신 만만한 하층 계급을 향해 화풀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40쪽
가족이 이미 갈등을 겪고 쪼개진 상황에서 남은 가족들이 합심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불법적인 아이디어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상황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43쪽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국내도서
저자 : 이수정,이다혜,최세희,조영주
출판 : 민음사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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