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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들30

알도 아. 조제 알도. 경기 예상 시간 이십오 분 잡고, 지하철에서 내리면 당장 와이파이가 안되니까, 알도 본다고 신도림역 지나칠 각오까지 했었는데ㅡ환승할 때의 그 몇 초도 놓칠 수 없었다. 일 초에도 끝나는 게 스포츠니까. 그런데 정말ㅡ 아성이 무너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십삼 초였다. 계체하는 날을 생각해보면 알도는 무서웠던 것도 같다. 온갖 도발에도 아랑곳 않던 그가, 그날따라 몸을 활짝 펼쳤으니. 외롭지 말라고 무패의 와이드먼도, 극강의 워리어스도 잠시 쉬어가지만, 그게 알도에게 위로가 될 것 같진 않다. 쌓아온 것의 수준이 다르니까. 쉼이 꽤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 한번 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쉬이 잊힐 리가 없다. ㅡ151213, 2호선 지하철에서 2015. 12. 13.
<시카리오> 1. 시계의 작동원리를 묻지 말고, 일단 시곗바늘 움직이는 걸 지켜보기만 하라는. 역시 정보가 계급이다. 2. 임명된 사람들이 아니라, 선출된 사람들로부터 그려져 내려온 그림. 3. 국경이 주는 본연의 두려움. 4. 죽고 죽이는 일에도, 선과 악이 있는지. 5. 축구 시합 중의 기관총소리. 담담한 사람들. 다시 플레이볼. ㅡ, 151205 2015. 12. 8.
<다이빙벨> : 저라도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행진 중) 이상호 기자 (이하 기자) : "걸으면서 오늘 무슨 생각하셨어요, 아버지?" 승묵이 아빠 (이하 아빠) : "아들 생각했어요." 기자 : "아들 뭐가 제일 생각이 나요?" 아빠 : "아들한테 통화할 때, 해경 말 잘 들어서 행동하라고 얘기했던 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기자 : "잘하신 거에요.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게, 그게 최선이지 않습니까?" 아빠 : "최선인데 결국은, 우리 9시 43분에 통화를 했는데, 승묵이가 나오라고 했으면 나왔을 텐데, 제가 그렇게 얘기하는 바람에, 우리 아들을 못 살려서..." 기자 : "아뇨." 아빠 : "전 지금 한이 됩니다, 지금." 기자 : "저라도 그렇게 얘기했을 겁니다, 아버지. 승묵이한테 너무나 미안해 하지 마세요." .. 2015. 11. 26.
특이한 이름을 가진 남자들의 힐링 방법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모여 있기만 해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프로그램.상대가 나를 놀려도 개의치 않고, 상대를 마음껏 놀릴 수도 있다. 어설픈 배려는 필요 없고 통하지도 않는다.연대의 힘이란. * "오늘은 맘이 편하네요. 같은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제가 좀 지는 느낌이. (웃음)" - 방 석 "전 저 분이 최고인 줄 알았거든요. 오늘 좀 마음이 편했어요. 고환 씨도 계시고, 기왕 씨도 계시고..." - 성문제 "그런데 이게 좀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혼자만 있을 땐 창피하고 그런데, 마음껏 웃을 수도 있고." - 유상무 "이렇게 오히려 모여 계시니까 힐링이 좀 되시는 것 같으세요? (네!) 저희들 좀 마음껏 웃어도 되나요? (네!) 으하하하하하하(와!!!!)" - 유재석 * 나폴레온, .. 2015. 11. 24.
<마션> : only 광활한 우주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그 와중에도 디스코를 듣고, 자라난 새싹에게 Hi,there를 건넬 수 있는 남자.그에게는 도움이 겨우 140,000,000 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Help is only 140 million miles away."only" "난 여기서 안 죽어""화성은 내 식물학적 능력을 두려워하게 될 거에요""내가 화성을 점령한 거죠" ㅡ, 151102 2015. 11. 3.
베어스 우승 OB베어스 드디어 우승. (누가 뭐래도 오비)도저히 객관적일 수는 없는, 마음 비우고 보려해도 몸을 안 떨 수가 없었다. ㅡ151031 2015. 11. 3.
<프로즌> : 의도한 용서 "당신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었잖아요. 고통과 함께 살아요." -낸시 (낸시가 아그네샤에게 한 말이지만, 실은 랄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용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용서는, 용서하는 자의 위대함을 나타낸다. 동시에, 용서받은 자는 무엇을 느낄까. 용서한 사람에 대한 무한한 고마움이겠거니 생각하기 쉬운데, 이 연극은 그렇게 말하지만은 않는다. 반대로 용서받은 사람이 느낄 처절한 자괴감에 주목한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나 같은 놈도 용서하는 사람이라니, 그에 비하면 나는 도대체 무언가" 강한 것에 한없이 뻗대다가도 유한 것에 꺾이는 것이 또 사람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평생을 아무런 죄책감 모르고 산 사람, 당연히 아무것도 안고 갈 것이 없던 사람. 어떤 강.. 2015. 9. 3.
<문제적 인간 연산> "나는 더 이상 이 낡은 기둥과 고색창연한 서까래 밑에서 살지 않겠다. 썩고 썩어서 부패한 냄새가 대궐 곳곳에서 풍기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단 말이다. 지금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이 낡은 기둥이며 저 썩은 세상의 서까래를 부수는 일이다. 파괴다 파괴!" - 연산 *"불알 없는 것들이 나의 심정을 알아주는구나." -연산 *"누구랑 살게요? 저 혼령들이랑 살 것이오?" - 녹수 *"나는 싸웠다. 이겼다. 그런데 왜 내 손을 들어주지 않는거냐?" -연산 *"피묻은 손 못 들어줘요." -처선 "당신과 함께 피바다를 건너왔는데" -녹수 낡은 서까래, 썩은 기둥 다 뜯어내고 새로운 집 지어보겠다고 그 소동을 피우고 보니 그의 곁에는 피바다를 함께 건너온 아내 녹수도, 오직 그의 심정을 알아주던 불알 없는 심복.. 2015. 7. 10.
<만주전선> "만주, 진짜 황망하네." 먼 이국 땅 만주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이란 차별은 다 받으면서도 술잔을 기울일 때 간빠이를 외치고, 일본의 군인이 된 것을 무엇보다 명예롭게 생각하고, 임신 시키고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일본인 상사를 그리워하고, 전범기 앞에 충성을 맹세한다. 아. 만주, 일본 사람 되는 것 진짜 어렵네. , 박근형 연출 2014.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