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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들/오늘의120

별꼴이야 다른 셀의 시끌벅적함이 어색해 말없이 앉아만 있었다는 말이 미안하고, 또래모임보다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는 말이 고맙다. 나는 최대한 들어주고 싶었고, 말을 계속 하고 싶게끔 묻고 싶었고, 무엇보다, 따뜻하고 싶었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ㅡ151206 별꼴이야, 서로를 관찰하는 시간 2015. 12. 8.
김장 순이 아줌마가 그러는데, 김장날만 되면 그나마 몇 되지 않는 식구들이 죄 없어진단다. 엄마가 그러는데, 혼자서 김장을 할라치면 시작부터 신경질이 나고, 하다보면 이사처럼 재미없단다. 거침없는 친구에 힘입어 드러난 엄마의 속내. 이른 아침부터 무채 써는 소리에 잠이 깼다. 부엌에 나가보니 이미 엄마는 그 재미없는 김장을 시작했다. 엄마 뒷모습을 보는데, 엄마한테 필요한 건, '같이 있어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설픈 솜씨로 김장을 망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엄마 옆에 붙었다. 엄마가 썰던 걸 이어받아 무채를 썰고, 속 버무릴 때 엄마의 지시에 따라 갖은 양념을 들이붓고, 그렇게 버무려진 속을 절인 배추 속에 넣었다. 서른 포기를 담그는 동안, 재미없는 게 ㅡ오죽 재미없으면 이사만큼이라니ㅡ.. 2015. 12. 6.
기다리는 것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다?사랑은 기다리는 것이다.물론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지.있는 티 없는 티 다 내는 거다.다만 제자리에서. * 사랑할 줄 모르는 교사와 제법 사랑할 줄 아는 제자가 사랑 얘기를 했다. ㅡ151204, 신촌 스타벅스, 황군과. 2015. 12. 5.
맥도날드 최근 집 앞에 24시간 맥도날드가 생겼다. 이 층에서는 경인국도가 내려다보인다. 넓고 조용하고 냄새가 안 나고 무엇보다 커플들이 잘 안 온다. 제법 마음에 드는데 제발 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 거기 갈 때마다 먹는 맥도날드 원두커피 미디움사이즈와 천 오백원짜리 츄러스의 도합 삼천 원의 '환상적인' 미친 조합. 한기만 있으면 내복을 두 겹으로 입고 겨울만 되면 여름 생각을 하던 나지만, '이 조합'이면 난 겨울을 좋아할 수 있다. ㅡ151202 2015. 12. 4.
캄캄한 방 안에서 세상 모르고 자는 사이밖은 이미 다른 세상.이만큼 쌓이도록 어째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지.눈이 오면 개처럼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과쓸고 쓸어도 쌓이는 눈에 기겁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시간이 지났는지 다시 눈이 좋아지기도 하네.정수리가 하얗도록 털지도 않고 우산도 없이 다니는 사람들 보면, 역시눈에는 비에 없는 묘한 '상기'가. ㅡ151203 2015. 12. 4.
나와 나 '나'와 '그것'이'나'와 '너'가 되려면,우선 '나'와 '나'즉 '나'와 '그분'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나'는 '그분' 안에서 온전할 수 있으므로. 고맙습니다. * 오는지도 모르게 첫눈처럼 내려와기다려준 것도 고맙습니다. ㅡ151126 2015. 11. 26.
시 안 읽는 남자 (시 안 읽는 남자들을 위해, 시를 읽으면 좋은 이유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연애할 때 도움이 됩니다. ㅡ박준 시인, 시심당에서 (#뉘앙스를 떠올려가며 부연해보자면) 시는, 표현은 애매하고 의미는 정확합니다.시의 언어로 추파를 던져, 만약 상대가 거절의사를 보이면 시치미를 뗄 수 있고, 먹히면 연애 시작하는 겁니다. (사진 출처 : 트위터@leemoondong) 2015. 11. 19.
http://www.aladin.co.kr/events/award/2015/yourbook.aspx?custno=7903566 2015 당신의 책. 2015년 (알라딘에서만) 구입한 책이 다 합하여 99권.부천시 소사구 상위 0.5%, 30대 남성 상위 2%란다. 이건 뭐, 100권을 채워줘야할 것 같은 분위기. 2015. 11. 19.
산수 산수를 가르칠 일이 생겼다. 왜 2-(-1)=3이냐는 질문이라도 받으면 나는 몹시 곤란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와 (-)가 만나면 (+)가 되는 것을, "나는 밥을 먹지 않을 수가 없다" 따위의 논리로 설명하기로 했다. 하긴, 살을 빼고 또 빼면 밥을 먹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프긴 하지. 2015.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