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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들/오늘의120

'진로문제'여. 청소년 관련 논문을 읽다가, 과연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진로문제'가 정말로 아버지로부터의 영향 때문인가 생각해보았다. 아버지의 특성 중 내 아버지에 맞는 걸 굳이 꼽으라면, '정서단절성' 혹은 '(약간의)폭력성'일 텐데, 논문에서는 '정서단절성 혹은 폭력성'과 자녀의 '진로문제' 사이의 유의미한 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분명히 '진로문제'를 겪고 있고, 이거 참.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글을 써 보겠지만, 단순히 나의 '게으름' 때문이라고만은 말하고 싶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모든 것이 병신년 때문이다. 나도 만세, 아버지도 만세다! ㅡ160317, 논문 『대학생이 지각한 아버지 특성과 대인불안, 진로탐색 자기효능감, 진로탐색행동 간 경로분석』을 읽고, 결국은 만만한 병신년에 탓을 돌리며. 2016. 3. 18.
싸움 구경 남자의 목청이 굉장히 크다. 온 매장에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남자가 무섭게 추궁하고, 여자가 주눅 들어 항변하는 모양새. 무언가 답답했는지 여자가 울기 시작. 그에 대한 남자의 반응. "야, 울지마. 악어의 눈물이야 뭐야?" 남 싸우는 거 보면 내가 싸울 땐 몰랐던 게 보임. 1. 싸우는 장면은 생각보다 흉함. 2. 안 들릴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잘 들림. 3. 안 보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다들 곁눈질로 봄. 특히 싸우는 장면은. 4. 싸울 땐 싸워도 공공장소는 아니다. 5. 쏴대지 말고, 일단 들어 보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말 많은 사람은 정말 나빠 보임.6. 훈계하지 마. 들릴 리가 없잖아. 7. 울 때는 그냥 울게 내버려 둬. 울지 말라는 말은 최악.8.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 2016. 3. 16.
19번 버스 뛰는 학생. 기는 버스. 한참을 달려 버스를 따라 잡고 기어코 버스에 탄 학생의 당당한 뒷모습. 버스 안에 이미 가득 타 있던 동급생들의 감탄. 오. "야 버스 왜케 느려?"(자신만만함) "일부러 아저씨가 너 따라오라고 천천히 왔지!"(운전석 위의 거울에 비치는 기사아저씨의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 "아."(머쓱)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버스에 함께 오르며 본 모습. 학생은 활기찼고, 기사아저씨는 멋있었다. ㅡ160307, 19번 버스 2016. 3. 7.
부디 "수능 실패,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위의 키워드로 제 블로그에 오셨던 분...행여나 이곳에 다시 오셔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부탁드립니다. 부디 살아주십시오. 2016. 3. 1.
깔끔, 옹졸 서울 가는 길. 커피 한잔 사서 손에 들고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 수없이 여닫았을 유리문을 지나면서 문득 이상한 점 발견. 문을 내 몸 하나 겨우 지날만큼 열어서 몸만 쏙 빠져 나가고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게 옹졸해졌구나. 요새 손잡이를 통 잡지 않는다. 사람들의 지문이 뜨뜻하게 쌓인 곳에 내 손을 겹치는 느낌이 싫다. 그래서 손잡이 말고, 유리 부분(특히 지문이 묻어 있지 않은), 혹은 일부러 힘을 들여 손을 뻗어야만 하는 높은 곳이나 가장자리를 밀거나 당겨 문을 여닫는다.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지 않고 그 위의 쇠봉을 잡는다거나, 머그로 물을 마실 때 사람들의 입이 닿지 않은 손잡이 부분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랄까. 이걸 나는 그냥 깔끔하다고 표현한 것. (다른 표현이 훨씬 .. 2016. 2. 25.
반성하지 않는 공권력 “어머니는 지하에서 모든 것을 용서하실 것이다. 나는 살인자는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공권력은 용서할 수 없다” ㅡ1999년 전북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피해자 할머니의 사위 [관련기사] 2016. 2. 3.
Read this first. 북아일랜드의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시험을 보고 난 학생들에게 성적표와 함께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We will feel disappointed 'for you' too - but we won't feel disappointed 'in you'너를 위해 같이 실망하겠지만, 너 자체를 실망할 일은 없겠다니We believe that your attitude and who you are as a person is much more important than any mark on a test.네가 시험지에 체크한 것보다 네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니You are quite simply 'unique' and we are very proud of you.(너의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너는 유니.. 2016. 2. 1.
기꺼이 달려 '드래곤타이거' 만나러 가는 길.좋아하는 사람과의 시간이라면 한 시간 거리도 기꺼이 달려오지. (feat. 콜드드래곤) ㅡ160126, 종로3가 2016. 1. 27.
아침에 귀가 아침 여덟 시 삼십 분. 지하철에 오르는 순간 코 속에 들어오는 고량주 냄새. 냄새의 근원을 금방 알겠다. 이십대 초반의 다섯 남녀가 듣든지 말든지 신나게 떠들고 있다. "나 좀 놔. 놓으라고. 내 친구 은수 챙겨야 돼 은수." "이 새끼 취했네." "ㅋㅋㅋㅋㅋㅋ" "나 누군지 알아?" "씨팔. 연예인 병 걸렸나. 왜 자꾸 지가 누군지 아냬?" 일요일 아침의 1호선은 안 그래도 조용한데, 저들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이 정도면 고함이다 고함. 조용한 자습실 속 훼방꾼 혹은 나만 주목해주길 바라는 사춘기 소년소녀들 같다. 세 톤은 올라간, 아무리 취했어도 내 혀는 멀쩡하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또박또박 발음의 소란. 힐끔힐끔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대개 한심스럽다는 표정. 내릴 역이 다가오자 자고 있는 친구.. 2016.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