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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생각이 너무 많아지니까 안되겠다 싶어 자전거. 자전거를 타도 생각은 여전히 많더라. 딴 생각 하다 핸들 팽팽 돈 것만 두 번. 옷도 잘못 입고 나와서 등짝에 땀이 흥건하다. 왠지 안 가본 데 가고 싶었다. 잘 모르는 데서 허둥지둥 길을 잃고 싶었다. 생소한 건물 구경하고 싶었고, 다음 골목이 예상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게, 이름만 들어봤지 한 번도 안 가본 '연남동'. 경인국도 따라 무작정 달렸다. 평일 낮이라 도로에 차도 적은 편. 바깥 차선에 바퀴를 살짝 걸친 채 페달을 밟았다 풀었다 느긋하게. 인도로 들어섰다가 다시 차도로 나왔다가,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끌다가 그냥 가지는대로. 한 시간쯤 갔나 멀리 돔이 보인다. 저게 보이면 이제 안양천으로 내려설 때. 천 따라 난 자전거도로로 달리.. 2016. 3. 31.
불합격 떨어졌다. 두 면접관이 각각 하는 말이, 한 명은 '경험을 더 쌓으세요', 다른 한 명은 '나이가 많은데 괜찮으시겠어요?'. 경험을 쌓고 오면 나이는 더 들어 있을 텐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러고보니 나이와 경력은 이미 이력서에 다 써 놓았던 건데. 굳이 면접에서 그걸 또. 모순 앞에 면접자는 웁니다. 없는 눈물 한번 찍 짜고 다시 움직인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줄 거라는데 그건 모르겠고(제발 닥쳐), 난 오직 하나님만 믿고 나간다. ㅡ160331 2016. 3. 31.
또와 이 나이에 '동네친구'가 생기다니. . . 예비군 훈련 삼 년을 같이 하면서 어느새 정이 든 C와 W. 셋이서 동네 치킨집에 모였다. 최근 중소기업에 입사한 C와, 이 년째 경찰시험 준비 중인 W와, 오늘 면접을 보고 온 나. 교집합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세 시간 동안 정신없이 웃고 떠들다 헤어졌다. 후보생 시절 추억(특히 1년차 때의)과 소대장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 뭐 자랑이라고, 밖에서 남자가 군대 얘기 할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데, 아무도 없는 어두운 치킨집에서나마 군대 얘기 실컷 하고 나왔다. 재미있었다. 오늘 모임은 사실 며칠 전 시험을 마친 W를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이미 결과가 나왔다는 걸 뒤늦게 알고서는 위로의 자리로 바뀌었다. 나도 그러한 시.. 2016. 3. 30.
면접 얼마만에 면접이었는지. 서류 통과만으로 내가 아직 쓸모있는 사람인 것만 같아 좋았다. 이력서에 딱히 적을 만한 경력이 없어 큰 기대 않고 그냥 있는대로 나에 대해 적었을 뿐인데. 면접 중간에 안 사실이지만 서류 통과도 바늘 구멍이었더라는. 면접 현장에서 그나마 잘한 건 시종일관 웃는 인상으로 대답했다는 거. 나머지는 아쉬움투성이. 너무 기계적으로 말했고, 너무 있어 보이려 했다. 미천한 경력을 감추려 나도 모르게 꼼수부렸던 것 같다. 아는 건 별로 없는데, 그냥 애들이랑 노는 게 좋고, 그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벌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할 것을. 뭐 아무튼 재미있었다. 아 그리고 의외였다, 뻘건머리 아저씨. 첫인상은 날카로운데 정말 솔직했고 따뜻했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일해보고 싶다. 이상. 그래도 후.. 2016. 3. 30.
이가 날카로운 새 타작기 버러지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이니라 보라 내가 너로 이가 날카로운 새 타작기로 삼으리니 네가 산들을 쳐서 부스러기를 만들 것이며 작은 산들을 겨 같이 만들 것이라(사41:14-15) 아멘입니다. 날마다 믿겠습니다. 2016. 3. 22.
ㅈ이 됐다? 여자애들이 길 가다 천연덕스럽게 '좆됐다'라는 말을 하는데, 뜻을 안다면 그 말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작정 욕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아, 물론 비슷한 느낌을 유지하며 대체할 만한 말이 없다는 건 인정한다만, 아무튼 그런 말은 삼가줘. 듣는 사람 흠칫 놀란다. 2016. 3. 19.
'시인'의 이야기 "시인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습니다. 살아생전 그토록 시인이 되고 싶었던 무명의 청년에게.""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전도 아니고, 이건 그냥 사실적 자료에 입각한 '윤동주 이야기'입니다." ㅡ160318,『시인 동주』안소영 작가, '작가와의 만남'에서. 여담 : 머리가 심하게 곱슬거리는 한 남자가 위아래로 전투복을 입고 강연 장소에 나타났다. 심지어 전투화까지 신고. 예비군 훈련에 다녀온 건지, 밀리터리 복장을 좋아하는 건지. 비범한 복장에 안그래도 그에게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남자는 강연 도중에 가방에서 두툼한 dslr을 꺼내더니, 그 조용한 분위기에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것도 연사로, 눈치없이. 뒤에 앉은 여학생 두명의 인상이 이내 찌푸러지고 마주보고 뭐라고 속삭이더니 키드득거린다. 강연이.. 2016. 3. 19.
'진로문제'여. 청소년 관련 논문을 읽다가, 과연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진로문제'가 정말로 아버지로부터의 영향 때문인가 생각해보았다. 아버지의 특성 중 내 아버지에 맞는 걸 굳이 꼽으라면, '정서단절성' 혹은 '(약간의)폭력성'일 텐데, 논문에서는 '정서단절성 혹은 폭력성'과 자녀의 '진로문제' 사이의 유의미한 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분명히 '진로문제'를 겪고 있고, 이거 참.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글을 써 보겠지만, 단순히 나의 '게으름' 때문이라고만은 말하고 싶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모든 것이 병신년 때문이다. 나도 만세, 아버지도 만세다! ㅡ160317, 논문 『대학생이 지각한 아버지 특성과 대인불안, 진로탐색 자기효능감, 진로탐색행동 간 경로분석』을 읽고, 결국은 만만한 병신년에 탓을 돌리며. 2016. 3. 18.
싸움 구경 남자의 목청이 굉장히 크다. 온 매장에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남자가 무섭게 추궁하고, 여자가 주눅 들어 항변하는 모양새. 무언가 답답했는지 여자가 울기 시작. 그에 대한 남자의 반응. "야, 울지마. 악어의 눈물이야 뭐야?" 남 싸우는 거 보면 내가 싸울 땐 몰랐던 게 보임. 1. 싸우는 장면은 생각보다 흉함. 2. 안 들릴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잘 들림. 3. 안 보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다들 곁눈질로 봄. 특히 싸우는 장면은. 4. 싸울 땐 싸워도 공공장소는 아니다. 5. 쏴대지 말고, 일단 들어 보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말 많은 사람은 정말 나빠 보임.6. 훈계하지 마. 들릴 리가 없잖아. 7. 울 때는 그냥 울게 내버려 둬. 울지 말라는 말은 최악.8.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 2016.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