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5 퓹 부엌에서 밥 먹는 중에 거실로부터 들려 오는 뉴스 소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이 비관하여... " 퓹. 황급함이 느껴지는 채널 돌리는 소리. 여간 듣기 어려운 소리인데. 아들 밥 먹는데 체하지 말라는 엄니의 배려로 듣겠습니다. 생각이 너무 나가지는 마셔요 엄니. 밥 꼭꼭 씹어 잘 먹고 있습니다요. ㅡ160601 2016. 6. 8. 바지 이 바지는 분명 애인이 찢어버리라고 했는데, 그런데도 이걸 입고, 나는 오늘 (한 번도 건너지 않아도 되었을) 한강 다리를 두 번 왔다 갔다 했다. ㅡ160607, 이수, 한강 2016. 6. 8. 거머리 형 생일을 기념하며 식구끼리 밥을 먹기로 했다.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으로(돈도 돈이지만 형제 사이에 선물을 하지 않은 지는 꽤 됐다. 선물을 하는 건 오히려 어색해, 라는 이유로 난 항상 형 생일을 넘어가곤 했지) 이번에도 그냥 생일상 무임승차. 생각 같아선 모임 자리에서도 빠지고 싶지만. 식사 비용은 아버지가 내기로 하고, 식사에 대한 모든 계획은 내가 세우기로. 계획이랄 게 뭐 있나, 모든 계획을 알아서 대신 해 주는, 프랜차이즈 뷔페로 정했다. 한식차림으로 유명한 ㄱ식당. 주말이라(형 생일은 원래 쉬는 날. 이틀 당겼음에도 쉬는 날) 전화 예약은 안 되고, 현장 접수만 됐다. 40-50분 기다리라는 직원의 말에, 난 가족들에게 30분 남았다고 전하고(곧이곧대로 말하면 장소를 옮길 것.. 2016. 6. 8. 승우 몇 달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일 년 넘게 한 방에서 살을 맞대고 지낸 시간은 생각보다 진하구나. 대학로에서 만나 타코를 먹고, 그 옆의 코인노래방에서 지르고, 홍대로 자리를 옮겨 타다키를 먹다. * 가장 좋았던 기억이 (가장 무서웠던 기억도) 일치한다는 게 참 좋았다. 나는 (중대장님 퇴근 전이라) 퇴근도 못하고 간부연구실에서 졸린 눈 비벼가며 생지부를 쓰고, 중대장님 퇴근과 동시에 웃으며 막사를 나와 숙소를 향해 걷던 그 기억이 좋았다 했다. 승우도 역시, 그 늦은 시간 퇴근하며, 하늘의 달을 보며, 마냥 웃으며 걷던 그 시간이 좋았다 했다.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이 좋았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고, 그 시간들이 특별하게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재미있는 건, 가장 무서웠던 기억.. 2016. 5. 27. 160527 오늘식물 아마도, 털별꽃아재비와 괭이밥과 고들빼기 2016. 5. 27. 160523 오늘식물 아마도, 개망초와 고들빼기와 가라지(강아지풀) 2016. 5. 23. 있애 여중생 여섯이 셀카를 찍으며 깔깔대고 있다. 찍고서 웃고, 찍은 것 보고 또 웃고. 그 중 하나가 하는 말이, "나 앞머리 없애? 있애?" 그 말을 듣고 나머지 다섯이 또 박장대소한다. 있애?!!! 킥킥킥킥으으흐흐흥흥흥깔깔깔깔아항항항 오늘은 웃을 일 없을 뻔 했는데 모처럼 웃었다. 웃긴 광경이었다. ㅡ160519, 부천북부역 맥도날드 2016. 5. 23. 「라이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기분 그때마다 발생하는 기분따라 하지 못해 얼마나 아쉬웠던지. 하지만, 그때마다 발생하는 기분따라 했다가 후회했던 적이 훨씬 많다. 아쉬움과 후회 사이에서 잘 예측하고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그래도, 기분 혹은 '몇 분 전의 느낌'에 힘입어야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 기분이 사그라들고 나면 절대로 할 수 없는 그런 것. 연애의 시작도 아마 그 중 하나. 기분은 확실히 필요하다. 나의 기분도 당신의 기분도. 기분의 일치. *** 탁자의 단순한 힘에 기대어나는 사라진 라이터들과 한통속이다당신의 목덜미에 손을 얹고무슨 말이든 하기 위해서는당신이 주머니에 넣어 간 그 기분이 필요하고 당신의 얼굴을 돌려세우려면양손의 의지보다 확실한몇 분 전의 느낌들이 필요한데입술이 끌어모으는 결.. 2016. 5. 18. 계란찜 저녁에 출근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계란찜을 만들고 밥을 지어 놓고 나왔다. 계란찜은 노랗게 만들고 싶었지만 누렇게 되었네, 심지어 살짝 탄 내도 나고. 떠 드실 게 있어야 식사를 든든하게 하시니까, 물을 한 컵 더 넣어 국물은 자작하게. 고명으로 파를 얹으면 좋았겠지만, 파가 없는 관계로 그건 다음에. 2016. 5. 18.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