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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 호의 왜 그렇게 짜증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순수한 친절이자 호의에서 나온 듯 보이는 그의 살가운 태도가 몹시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것이 실은 내게 친절도 호의도 베풀어주지 않는 타인들에 대한 짜증이라는 사실을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 -145p와줘서 고마워. 양갱 사다준 것도 고맙고, 생일 축하해준 것도, 미안하다고 해준 것도 고마워. 그런데 이제 오지 마. 앞으로는 우리 연락하지 말고 보지도 말자. 무슨 말이냐면, 앞으로는 너와 연락하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다는 말이야. 네가 잘해줄수록 나는 괴로워. 알겠지? -162p 복수 엄마도 복수가 살갑게 굴 때마다 신경질을 내곤 했다. 복수가 돈을 갖다줘도 사람 죽이고 번 돈만 아니면(아니, 사람 죽이고 번 돈이라도 본인만 모르면) 괜찮다며 당연한 몫으로 넙.. 2016. 3. 11.
「산책」 : 할수없음 "나는 자기랑 결혼한 거 후회하지 않아. 나는 당신이 영원히 저 집의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다고 해도 변함없이 자기를 사랑할 거야, 알지?""하지만 당신이 저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면 난 좀더 편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 나는 말이야...... 당신을 정말 사랑하지만......지금은 마음이 너무 불편해.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불안한 거야. 나는...... 내 마음을 자기가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226p "(생략) 할머니는 내게 문을 열어주고 방으로 들어가서 바로 돌아가신 거야.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어? 자기야, 사랑하는 자기야, 나는 그래서 초인종을 누를 수가 없어." -227p 남자가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다고 해도 변함없이 남자를 사랑할 거라는 여자. 하.. 2016. 3. 9.
「삼풍백화점」 : 기억 유니폼을 입은 판매원들 서넛이 계산대 근처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들었어? 아까 오 층 냉면집 천장 상판이 주저앉았대. 웬일이니, 설마 오늘 여기 무너지는 거 아니야? 오늘은 죽어도 안 돼! 나, 새로 산 바지 입고 왔단 말이야. 그녀들이 까르르 웃었다. -55p 맞다, 건물이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말은 사실 까르르 웃어 넘길 일이다. 그렇지만 웃기지도 않게 그 건물은 무너졌고, 오늘은 죽어도 무너지면 안 된다던 그녀는 물론 그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아마도)죽고 말았다. '나'의 친구 'R'도. * 취업하고 나서 바쁜 모양인지 아무런 연락도 없던 스물네 명의 친구들. 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직장에 들어가고는 친구에게 연락은커녕 씻고 자기 바빴다. "친구라는 게 다 그렇지 뭐... 2016. 3. 8.
19번 버스 뛰는 학생. 기는 버스. 한참을 달려 버스를 따라 잡고 기어코 버스에 탄 학생의 당당한 뒷모습. 버스 안에 이미 가득 타 있던 동급생들의 감탄. 오. "야 버스 왜케 느려?"(자신만만함) "일부러 아저씨가 너 따라오라고 천천히 왔지!"(운전석 위의 거울에 비치는 기사아저씨의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 "아."(머쓱)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버스에 함께 오르며 본 모습. 학생은 활기찼고, 기사아저씨는 멋있었다. ㅡ160307, 19번 버스 2016. 3. 7.
<삼풍백화점> : 기억 기억에 남는 SCENE 1. 라디오에서 흐르는 푸석푸석한 팝송 음악. 친구 'R'의 방에서 그걸 함께 듣던 '나'와 'R'이 나란히 서서 조금은 어색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씬. 얼굴에 석양이 비치며 서 있던 그 모습이 어쩌면 '그들이 만들어 가던 관계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는 게, 이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사고만 없었다면 그 후로도 한참을 가꾸어나갔을 텐데. 2. 'R'의 일을 도와주다가 엄청난 실수(과연 엄청난 건가? 후폭풍은 엄청났지만)를 저지르고만 '나'. 그런 '나'에게 '괜찮다'며, '나중에 꼭 임금을 정산해주겠다'며, 그만 퇴근하라고 등을 떠밀던 'R'의 표정. 당황스러움과 난처함과 미안함과 배려. 애써 웃으면서도 무언가 차오르는 듯한 복잡한 표.. 2016. 3. 6.
<데드풀> 기억 나는 건, '아우디3000'과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울려 퍼지던 "WHAM"의 노래 뿐.아. 손가락 고리를 통과하던 손가락에서 크게 한번 웃었다. ㅡ160224, CGV용산 2016. 3. 5.
부디 "수능 실패,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위의 키워드로 제 블로그에 오셨던 분...행여나 이곳에 다시 오셔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부탁드립니다. 부디 살아주십시오. 2016. 3. 1.
「이인실」 : 참는데 이골이 난 거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무엇이든 참지 못하는) 아버지의 이기적인 푸념을 한참 듣던 (참는 데는 이골이 난) 엄마는, 아버지가 씩씩대며 방으로 들어가자, 한참 지나서 내게 속내를 꺼냈다. 불현듯 리모컨을 티브이에 던지면 티브이가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고 했다. 본인이 그런 충동이 들었다는 것에 너무 놀랐고, 이래서 사람들이 홧김에 사고를 저지르게 되는 건가고 사뭇 깨달아졌단다. 엄마는 그런 충동을 누르고 누르다 이번에 터뜨리지 않으면 울화가 치밀 것만 같아 리모컨을 던졌다. 티브이에는 아니고 바닥에. 그마저도 차마 선을 넘지 못하는 절제된 강도로, 겨우. 얼마나 박살내고 싶었을까. 티브이도 아버지도. 난 엄마가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속으로 쌓아만 가는 게 걱정된다고 했다. 그 말에 엄마는 잠깐 침.. 2016. 2. 26.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 서른번째 생일 '아, 그러고 보니' 내 서른번째 생일은 외국에서 보냈다. 단 한 번도 서른 살 생일에 캐나다에서 미역국을 먹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왜 토론토였느냐 묻는다면, 생일을 함께 보낼 사람이 토론토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물론 생일을 기념하여 그곳에 간 건 아니었지만. 혹시 서른 살이 되면 무얼 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고 묻는다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겠다(기억이 나지 않을 리가. 너무나도 바랐던 꿈이 있었다. 다만 그 꿈이 그토록 대단한 건 줄은 몰랐다). 어쩌면 그 나이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을 것인가'가 중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누구'가 '무엇'을 결정한다고도 믿는다. 물론 서른 살에 내 곁에 누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본 것도 아니.. 2016.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