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덟 시 삼십 분. 지하철에 오르는 순간 코 속에 들어오는 고량주 냄새. 냄새의 근원을 금방 알겠다. 이십대 초반의 다섯 남녀가 듣든지 말든지 신나게 떠들고 있다.
"나 좀 놔. 놓으라고. 내 친구 은수 챙겨야 돼 은수."
"이 새끼 취했네."
"ㅋㅋㅋㅋㅋㅋ"
"나 누군지 알아?"
"씨팔. 연예인 병 걸렸나. 왜 자꾸 지가 누군지 아냬?"
일요일 아침의 1호선은 안 그래도 조용한데, 저들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이 정도면 고함이다 고함. 조용한 자습실 속 훼방꾼 혹은 나만 주목해주길 바라는 사춘기 소년소녀들 같다. 세 톤은 올라간, 아무리 취했어도 내 혀는 멀쩡하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또박또박 발음의 소란. 힐끔힐끔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대개 한심스럽다는 표정. 내릴 역이 다가오자 자고 있는 친구를 흔들어 깨우다가 안 일어나니 허벅지를 사정없이 친다, 찰싹찰싹. 겨우 정신차린 사내는 일어나려다 바닥에 고꾸라진다, 철푸덕. 덜 취한 친구들이 의리를 과시하며 그를 양옆에서 거뜬히 부축해 지하철에서 내린다, 질질.
오늘 교회에서 학생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의 주제는 마침 '술'. 내가 본 걸 어떻게 교훈적으로 전해줄까 생각하다가, 저맘때 내 모습이 떠올랐다. 출근길의 사람들로 가득 찬 시내버스를 맞은 편 정류장에서 바라보던 초라한'먹고 대학생'. 하긴 저런 치기도 부려도 되는 때가 있지. 생각해보니 다섯 젊은이는 그 정도면 귀여운 축에 속했다. 자고 일어나도 기억이 난다면 얼굴이 화끈거리겠지만 이불킥도 한번씩 해봐야지, 그맘땐.
아무튼 나는 오늘도 엿들었다.
ㅡ160124
"나 좀 놔. 놓으라고. 내 친구 은수 챙겨야 돼 은수."
"이 새끼 취했네."
"ㅋㅋㅋㅋㅋㅋ"
"나 누군지 알아?"
"씨팔. 연예인 병 걸렸나. 왜 자꾸 지가 누군지 아냬?"
일요일 아침의 1호선은 안 그래도 조용한데, 저들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이 정도면 고함이다 고함. 조용한 자습실 속 훼방꾼 혹은 나만 주목해주길 바라는 사춘기 소년소녀들 같다. 세 톤은 올라간, 아무리 취했어도 내 혀는 멀쩡하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또박또박 발음의 소란. 힐끔힐끔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대개 한심스럽다는 표정. 내릴 역이 다가오자 자고 있는 친구를 흔들어 깨우다가 안 일어나니 허벅지를 사정없이 친다, 찰싹찰싹. 겨우 정신차린 사내는 일어나려다 바닥에 고꾸라진다, 철푸덕. 덜 취한 친구들이 의리를 과시하며 그를 양옆에서 거뜬히 부축해 지하철에서 내린다, 질질.
오늘 교회에서 학생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의 주제는 마침 '술'. 내가 본 걸 어떻게 교훈적으로 전해줄까 생각하다가, 저맘때 내 모습이 떠올랐다. 출근길의 사람들로 가득 찬 시내버스를 맞은 편 정류장에서 바라보던 초라한'먹고 대학생'. 하긴 저런 치기도 부려도 되는 때가 있지. 생각해보니 다섯 젊은이는 그 정도면 귀여운 축에 속했다. 자고 일어나도 기억이 난다면 얼굴이 화끈거리겠지만 이불킥도 한번씩 해봐야지, 그맘땐.
아무튼 나는 오늘도 엿들었다.
ㅡ1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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