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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가득한 작업실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 더 패치』, 존 맥피, 마음산책 (2020) 우리의 욕망을 영원토록 불러일으키는 데는 딱 그 한 장면이면 충분하다. -23쪽 무심결에 아버지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계획에도 없던, 준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우리 주위를 말로 채우고 싶었다. 그렇게 말로 채워진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딱히 이렇다 할 목표는 없었다. 일종의 자기방어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중략) 이런 질문을 하면서도 대답을 들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대답은 한마디도 없었다. -25쪽 작은강꼬치고기의 위장에서 발견된 작은강꼬치고기의 위장에 작은강꼬치고기가 들어있다. 작은강꼬치고기의 위장에서 발견된 피라미의 위장에 작은강꼬치고기가 들어있었는데, 그 작은강꼬치고기의 위장에는 피라미가 들어있었다. -29쪽 두려움 가득한 작업실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 2020. 3. 23.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인플루엔셜 (2020) 그만큼 착한 청년이지만 공연히 밖으로 돌며 늦은 귀가를 합니다. 일거리, 밥벌이가 없으니까요. 있어도 비정규직이니까요. -21쪽 우리가 삶을 버티는 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 이것마저 없다면'하는 그것 하나만 있어도 의외로 버텨지는 게 삶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나를 위로해주는 가족만 있어도, 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있으면 우리는 버틸 수 있습니다. -23쪽 그래서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유예하는 청춘들입니다. 취직이 안 돼 졸업을 유예하고, 결혼이 부담스러워 연애를 유예하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독립을 유예하는 등, 삶을 위해 꿈을 유예하고 사는 청춘인 겁니다. -24쪽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여서라거나, 각별히 책임감이 강해서가 아니라,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 2020. 3. 21.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허혁, 수오서재 (2018) 나의 경우는 오전에는 선진국 버스기사였다가 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기사가 된다. 친절은 마인드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23쪽 갑이 을의 노동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미의 정점이라고 본다. -25쪽 그날 왜 그렇게 슬피 울었는지 차분히 생각해보았다. 별것 없었다. 내가 대견해서 그렇게 울었다. 가게 팔고 반년도 안 돼 관광차 몰고 시골 아주머니 아저씨들 원 없이 춤추고 놀게 해준 내 자신이 너무 멋져서 그렇게도 울었다. -31쪽 씨발놈, 또 쭝병 났네 -40쪽 원래 나쁜 기사는 없고 현재 그 기사의 여건과 상태가 있을 뿐이다. 누구나 잘하고 싶지 일부러 못하고 싶은 기사는 없다. -44쪽 ☆☆☆ 아버지, 그날 밤 왜 그렇게 저를 때리셨어요... 2020. 3. 21.
『이상한 정상 가족』, 김희경, 동아시아 (2017) 이상한 정상가족 국내도서 저자 : 김희경 출판 : 동아시아 2017.11.21 상세보기 2020. 3. 18.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피터 N. 스턴스, 삼천리 (2017) 1장 농업 사회의 어린이 (수렵 사회) 어린이는 그저 방해만 될 뿐이었다. -43쪽 유럽에서는 농업이 도입되기 직전까지 대부분의 수렵채집 집단은 5세 이전에 죽은 아이들을 땅에 묻는 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를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의 죽음을 우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너무 많이 생존하게 되면 가족과 공동체의 생존에 위협이 되었으며, 그래서 죽기를 바랐음은 명확하다. -44쪽 분노의 감정을 생각해보자. 수렵채집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적잖이 분노를 표현하게끔 조장한다. 부모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사례를 들어 분노를 표현하는 훈련을 시킨다. 이와는 달리 예컨대 캐나다의 우트쿠 이누이트 집단은 2세 이상의 아이들의 분노를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분노'를 뜻하는.. 2020. 3. 17.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김 현, 봄날의책 (2019)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국내도서 저자 : 김현 출판 : 봄날의책 2019.09.27 상세보기 그런 보라 씨가 요즘 들어 매우 흔한 것과는 거리가 먼 '자기 것'을 찾고자 소원하는 모양이다. 사무노동과 가사노동으로 이어지는 생활에서 벗어나 한순간일지언정 대리도 아니고, 아내도 아닌, 나라는 주체가 되어보고자 하는, 그런 걸 가능하게 해주는 물건 혹은 행위를 발굴해내기 위해 골몰 중이라는 전언. -15쪽 남들이 하는 걸 다 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나만의 것'이 있다고,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건네고 싶었다. (중략) 어느 날 불쑥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나를 더 구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상념이 밀려올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그럴 때 우리는 자주 더 먼 것에, 더 새로운 .. 2020. 3. 15.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이해인, 마음산책 (2019) 그 사랑 놓치지 마라 국내도서 저자 : 이해인 출판 : 마음산책 2019.11.25 상세보기 사랑의 길에 있어서도 누가 자꾸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보다는 내가 먼저 사랑하려는 용기를 지니고 꾸준히 실습하다 보면 마음의 문도 조금씩 넓어지는 걸 경험합니다. -27쪽 아침에 눈을 뜰 적마다 '어서 오세요, 시간이여' 하며 정답게 인사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오늘 하루도 고마웠어요' 하며 시간과 좋은 친구가 되는 성실한 노력을 거듭해야겠습니다. -27쪽 건강할 때는 저도 늘 아픈 이의 고통을 헤아리기보다는 입에 발린 좋은 말, 상투적이며 교훈적인 말로 자기중심적인 위로를 했고 이것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아픈 이는 건강한 이들에게 건강한 이들은 아픈 이들에게 서로를 온전히 헤아리지 못하는 한계를 받아들이.. 2020. 3. 15.
『다가오는 말들』, 은유, 어크로스 (2019) 다가오는 말들 국내도서 저자 : 은유 출판 : 어크로스 2019.03.07 상세보기 "단언컨대 아이들은 미숙한 게 아니라 예민할 뿐이고, 어른들의 규범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외국인일 뿐이다." - 7쪽 나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틈틈이 관찰한다. 야쿠르트 아줌마, 버스 운전기사, 학원 가는 아이를 보면서 저이는 어떠한 삶의 사정과 행로를 거쳐 지금 여기에 있을까 상상한다. 한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적어도 무작정 혐오하기는 어렵다. 누구라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서로 아무런 삶의 연결고리가 없을 때 더 쉽게 혐오하지만, 서로의 삶이 한 자락이라도 섞이면 이해하고 공감할 여지는 꼭 생긴다. -9쪽 이제 나는 확신에 찬 사람이 되지 않는 게 목표다. 확실함으로 자기 안에 갇히고 타인을 억압.. 2020. 3. 14.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창비 (2019) 선량한 차별주의자 국내도서 저자 : 김지혜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9.07.17 상세보기 차별은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7쪽 장애인에게 하는 '희망을 가지라'는 말 역시 전제 때문에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희망을 가지라는 건 현재의 삶에 희망이 없음을 전제로 한다. 장애인의 삶에는 당연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 모욕적이라고 했다. -9쪽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관념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다수자 차별론도 결국은 차별은 옳지 않다는 기본 전제 위에 성립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평등이라는 원칙을 도덕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 2020.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