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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성도 / 교회 밖 신앙>, 양희송 61 한편으로는 '나쁜 사람들'로 그려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약한 사람들'로 묘사된다. "원래 좀 과민하고 까칠한 사람들 아니냐"거나, "그래도 내부에서 우직하게 기도하고 바꾸어야지, 승산이 없어 보인다고 쉽게 나와버리면 어떻게 하느냐' 등의 시선이 적지 않다. 신앙의 뿌리가 얕고 믿음이 약해서 시험이 오면 쉽게 흔들리고 어려움을 견뎌내지 못하는 이들로 폄하된다. 여기서도 이런 문제를 유발한 객관적 상황보다는 그 상황을 맞이하는 개인의 성향을 부각시킨다. 흔히 이런 경우를 '교회 난민들'로 포착하고 이들이 피해자 입장이란 것은 쉽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해결책은 "이제 교회로 돌아오라"거나, "이젠 좀 참고, 성질 죽이며 잘해보자"는 식으로 그 개인의 변화를 촉구하는 결론으로 바로 건너간다. 이들.. 2015. 11. 16.
5KM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그것들을 다루는 서점을 찾아보니집으로부터 반경 오 킬로미터 안에 있었다.북스토어 5KM. 잦은 방문 예정. 2015. 11. 13.
생일+3 열의 아홉이, 그것을 포기하고 싶게 만들어도내게는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열의 하나가 있다.오늘이 지나면 또 아홉과 싸워나가야겠지만,오늘은 하나가 주는 기쁨만. 지나고 받는 축하도 좋더라.나는 생일을 무지하게 의식하는 걸로 판명됨. ㅡ151108 생일+3 (누구십니까?) (복에 겨운 미역국) 2015. 11. 13.
『빛의 제국』 : 보통사람 1. 자신을 비췄다가 이내 방향을 튼 경계등에, 기영은 큰 위로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2. 손목에 차인 카시오 시계쯤이야, 보통사람들도 차는 것인데. 보통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이까짓 멍에쯤이야. 3. 아무리 XX한 세상이지만 이곳엔 자유가 있다. 시선과 시선의 감옥이자 어떠한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 '그곳'으로 갈 순 없다. 자유로운 '이곳'에서 보통사람이고 싶다. 저마다 보통의 삶을 꿈꾸고 있다. * "......그거, 그 카시오 시계, 주십시오." / "수갑보다는 편하실 겁니다." - 381쪽 걸어가는 기영을 서치라이트 하나가 포착했다. 그는 강렬한 빛에 갇힌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의외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비로소 자기 운명을 긍정하게 된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 보면 눈물이 .. 2015. 11. 13.
『사랑이라니, 선영아』: 쫀쫀하다 나의 성격을 옷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초극세사 검은색 셔츠'? 단 하나의 올도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예민함의 극한. 그렇다고 예민하단 소리는 듣기 싫어서 어떻게든 예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삐져나온 보풀을 감추려는, 그래서 검은색인. 아무튼 '졸라 예민하고 쫀쫀한 사람'. 작년 이맘때 신발을 한 켤레 샀었다. 일주일 후면 미국엘 가야해서 멋 좀 내보려고 가죽 제품으로 장만했다. 거실에 앉아 아직 개시도 하지 않은 가죽 신발을 헝겊으로 살살 닦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성큼 다가오시더니 갑자기, 신발 멋있네, 하시며 말릴 틈도 없이 신발을 신어보셨다. 발에 맞지 않아 조금 무리하게 신발에 발을 욱여넣으셨는데, 벗고보니, 이런, 신발에 주름이 깊게 지고 말았다. '야속해도, 신으면 안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2015. 11. 5.
생일전야 나는 평소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기를, 생일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요즘은 생일이 되면 페이스북이 알아서 알려준다. 수첩에 지인들의 생일을 적어둘 필요가 없어진 세상이다. 페이스북이 아무개의 생일이라고 알려주면, 그 사람의 페이지에 방문하여 간단하게 생일을 축하해주면 된다. 짧은 축하와 그에 따른 답례로 짧은 댓글. 축하해주는 사람은 많지만 축하의 깊이는 부쩍 얕아졌다. 받아도 받은 것 같지 않은 축하들. 며칠 전부터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고, 그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선물을 고르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는 건, 오늘에는 너무 복잡한 것. 페이스북 계정을 잠시 닫아두었다. 생일이라고 사람들이 이런저런 글을 남길거라 어림하여, 사람.. 2015. 11. 4.
차형 고마워요, 차형!어차피 혼자 다 못 먹어 남는 걸 준 건데,그에 보답한다고 일부러 밖에 나갔다 왔을 걸음을 생각하니 뭉클. ㅡ151104 2015. 11. 4.
자색옥수수차 군고구마에 자색옥수수차.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ㅡ151103 이제는 추운 도서관 휴게실에서. 2015. 11. 4.
「모두에게 복된 새해 -레이먼드 카버에게」 : 말하자면 친구 "이 피아노, 긴 시간 안 노래했습니다. 그치?" -127쪽 * 오랫동안 연주하지 않으면 피아노는 서서히 죽어가듯이,어려서 이민 간 한 소녀에게 한국어는 거의 죽은 것이다.사람의 마음도 아마 그렇다.'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기 어려운 '그게' 오랫동안 잘 되지 않으면사람은 외로워진다.(외로운 것이나 죽어가는 것이나) 그래도 어쩌면,한번 외로워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건,망가진 피아노를 조정하고 조율하는 것보다,비뚤비뚤한 글씨체를 교정하는 것보다는 쉬울지 모른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그녀에게 나는 어떤 사람.다시 "말하자면 친구"부터라도 되고 싶다. ㅡ「모두에게 복된 새해-레이먼드 카버에게」,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2015.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