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기를, 생일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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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생일이 되면 페이스북이 알아서 알려준다. 수첩에 지인들의 생일을 적어둘 필요가 없어진 세상이다. 페이스북이 아무개의 생일이라고 알려주면, 그 사람의 페이지에 방문하여 간단하게 생일을 축하해주면 된다. 짧은 축하와 그에 따른 답례로 짧은 댓글. 축하해주는 사람은 많지만 축하의 깊이는 부쩍 얕아졌다. 받아도 받은 것 같지 않은 축하들. 며칠 전부터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고, 그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선물을 고르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는 건, 오늘에는 너무 복잡한 것.
페이스북 계정을 잠시 닫아두었다. 생일이라고 사람들이 이런저런 글을 남길거라 어림하여,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미리 얼른 닫은 것이다. (몰려온다고?) 동시에 아무도 몰려오지 않을까봐 그 황량함을 감출 요량으로 잔꾀를 부린 것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허전한 페이지에 '생일축하해~!', 'HAPPY BIRTHDAY', 'ㅅㅊ' 따위의 앙상한 멘트만 고작 몇 개 달려있을거라 생각하면, 어우, 생각만해도 민망하다.
그런데 문득, 굳이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하는 나를 보며 드는 생각은, 주목 받는 게 싫어 생일을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실은 생일을 대단히 의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점이다. 이는 아마 엄청나게 주목받고 싶어한다는 것의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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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 생일이다. 이번 생일도 조용하게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정말?) 그래도 지난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내 생일엔 스파이더맨 티셔츠 (얼마나 좋은지 이십 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목 부위가 빳빳하다)도 있었고, 초겨울의 망고 한 쪽도 있었고, 이국 땅에서 몇 번의 졸여짐 끝에 탄생한 궁극의 미역국도 있었다.
ㅡ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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