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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들/소설

「모두에게 복된 새해 -레이먼드 카버에게」 : 말하자면 친구

by 새 타작기 2015. 11. 4.

"이 피아노, 긴 시간 안 노래했습니다. 그치?" -127쪽


*


오랫동안 연주하지 않으면 피아노는 서서히 죽어가듯이,

어려서 이민 간 한 소녀에게 한국어는 거의 죽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아마 그렇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기 어려운 '그게' 오랫동안 잘 되지 않으면

사람은 외로워진다.

(외로운 것이나 죽어가는 것이나)


그래도 어쩌면,

한번 외로워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건,

망가진 피아노를 조정하고 조율하는 것보다,

비뚤비뚤한 글씨체를 교정하는 것보다는 쉬울지 모른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그녀에게 나는 어떤 사람.

다시 "말하자면 친구"부터라도 되고 싶다.



ㅡ「모두에게 복된 새해-레이먼드 카버에게」,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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