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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들/오늘의

어머니와 시인

by 새 타작기 2015. 10. 16.

오늘이 음력으로 어머니 생신이다. 며칠 전에 생신기념으로 볶음밥을 해드렸는데(아니, 생신상에 얹어드렸는데), 그렇게 지나가는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서, 오늘 다시 작게나마 내가 직접 준비해드리기로 했다. 난생 처음 미역국 시도. 찬장에 들어있던 미역을 물에 불려 놓고, 집 앞 마트에 가서 국거리 소고기(맛있는 부위라며 준 것이 치맛살)를 반 근 사왔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소고기와 붇은 미역을 한참 볶은 후, 물을 넣고 삼십여 분 끓이다가,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보면 끝! 이 쉬운 게 무슨 대수라고 삼십 년 동안 안했는지. 한 냄비 끓여 놓고 나니, 내심 뿌듯하다. 국 다 만들고 부리나케 자전거 타고 꽃집으로. 꽃집은 이제 낯설지 않다. 장미와 안개꽃으로 묶인 꽃다발을 사서 식탁에 올려두었다. 죄송하지만 올해도 작은아들은 선물 없이 꽃으로 생신을 때웠다는 내용의 짧은 편지와 함께. 죄송합니다.



*



평소 좋아했던 이규리 시인을 만났다. 대구에 사는 시인이 서울에 언제 또 올까 싶어 어머니 생신날에 시 낭독회에 찾아 갔다. 죄송합니다. 장소는 상수역에서 가까운 이리카페였는데, 행사가 있는 날이라 그런지 유명세에 비해 한산했다. 생각지 못한 환대에 좋은 기분으로 빈 자리에 앉아, 시인이 올 때까지 시집을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되자 사진보다 훨씬 세련된 시인이 등장. 한 시간 정도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해 설명. 자신의 생각과 그 생각을 적용한 시를 하나하나 연결하여 설명하니 듣기에 편안했다. 깜짝 선물로 선인장 화분을 받고, 질문했다고 수첩도 받고, 가져간 시집에 사인도 받았다. 아, 아몬드도 받았다. '탕웨이'와 아몬드는 다음 달에 또 낭독회에 찾아갈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는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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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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