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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들126

present 사무실 켜진 불 보고 굳이 4층까지 올라온 요구르트아저씨. A present for me? U shoundn't have... 2017. 11. 1.
개쪽 우산이 개 쪽으로 반쯤은 기울어 있었다. 저 둘은 이미 '관계' 2017. 7. 29.
급여명세서 한 아주머니가 지하철 문에 기대어 서서 지난 달 급여명세서를 본다. 한참을 보다 그걸 접어 쥐고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다시 펴 본 걸 또 본다. 그렇게 몇 번을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명세서에 적힌 숫자를 훔쳐 보았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아도 어딘가 빈약한 숫자였다. 여러 번 접고 펴도, 빈 숫자가 채워지지 않는다. 접고 펴고 하는 사이의 말 없음, 붉은 점퍼 입은 아주머니의 뒷모습. 수고하셨습니다. 명세서 아래 적힌 무심한 인사. 2017. 4. 12.
반찬 오전에반차냈어요. 뭐했다고? 반차냈다고요. 반찬했다고? 반.차.냈.다.고.요. 아. 여기서 은근한 스타카토 화법을 쓴 싸가지 없는 난 도대체 뭔가. 아버지가 반차를 내든 반찬을 하든 하나도 관심없는 주제에. 2017. 4. 6.
출근길에 본 일. 바쁘게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속에 마대자루를 들고 우두커니 서 있던 청소아주머니. 에스컬레이터 끝에서 언제나 손목에 반동을 쳐 가며 역동적으로 전단지를 나누어주시던 아주머니. 역시나 허공에 멍하니 시선을 둔 채 전단지 주는 일을 멈추고 서 있었다. 움직여야 할 것이 움직이지 않을 때 압도적인 고독을 느꼈다. 무리는 지나간다.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정말. 2017. 3. 25.
다물어 입 귀는 무겁고 입은 가벼운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탓해 뭐해.애당초 내 입이 가벼웠던 게지.따뜻한 기류의 사람들 눈에는모든 게 따뜻해 보이기 마련.이상기류도 잠깐 흔들리다 말, 마치 꽤 귀여운 요동.개화 소식 전하듯 동네방네 화사하게 터뜨리지만, 그곳은 아직 음지. 냉랭. 현실.저 봉오리는 꽃 필 일 없는데 말야.망울만 한심하게 쳐다볼 뿐. 입을 다물게 된다. 2017. 3. 22.
이노무 인상 "있잖아, 그거. 돋보기를 햇빛에 쬐면 불타는 느낌" 모니터를 응시하는 내 눈빛이 이렇답니다. 그렇게 내 모니터는 타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간 펴지지가 않네요. 이노무 인상. ㅡ170120 2017. 1. 20.
설렁탕 주인 잘못 만난 몸뚱이에 혼밥 사상 최고액의 설렁탕을 선물했다. 아니지, 주인은 주님이지. 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안식일인 오늘도 일을 합니다. 애쓰는 게 맞습니까? -170108 2017. 1. 8.
소원 느지막이 현관을 나서는 아들 뒤로 어머니 벽에 기대어 서서 사뭇 진지하게 말씀하신다. 잠들기 전에 아들 얼굴 한번 보고 자는 게 소원이야. 어머니 소원이 이렇게 소박해졌다. 키워드리지는 못할 망정. 장개 가기 전에 실컷 봬 드려야 하는데. 내가 엄마 얼굴 보자고 죽자 살자 쫓아다녀도 모자를 판에. -170108 2017.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