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주 10년차. 세금도 꼬박꼬박 냈지만, 삼바가 <제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 밑 바닥의 일, 쓰레기 분류 작업조차. 삼촌의 체류증을 빌려 <라무나>가 되고, 전 동료의 체류증을 훔쳐 <디알로>가 되어서야, 변변치는 않아도 일은 구하게 되나, 살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죄를 짓게 되는 구조.
그녀는 지갑 속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삼바가 거기서 조나스의 신분증을 꺼낸 것을 알지 못했다. -336쪽
그의 이름은 조나스 빌롬보다. -344쪽
삼바가 죽은 친구 조나스의 지갑을 조나스의 연인인 그라시외즈에게 전달하는 장면이다. 그 지갑에서 체류증을 꺼낼 때의 삼바의 표정을 상상하면. 섬뜩했다. 이 대목이 공포영화의 한 대목과 같이 느껴졌다. 남의 목숨을 빼앗아 (그것이 고의건 실수건)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희망의 모습으로 점철되어서는 안되거늘.
이국 땅에서 제 이름으로 살아가기가 이토록 어려운건가. <조나스>로서의 삶이 행복으로 향한다고 할 수 있는가.
살려다보니.
이 눅눅해져 곰팡이가 슨 나라에서 살려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 삼바가 무척이나 가엾다.
『웰컴, 삼바』, 델핀 쿨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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