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원래 내 얘기 하기 싫을 때는 남 얘기처럼 하곤 한다)은 왜 책 본 걸 꼭 그렇게 티내려고 할까요. 티내지 맙시다(막 배운 티만 난다). 또 어디든 적용하려 하지 말고(특히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지 말자). 나 배운 걸 남에게 어설프게 써먹어봤자 상대에게는 겨우 '입 벙긋거림'으로 보일 뿐입니다(누가 공들여 써 놓은 리뷰 따위, 공들여 읽은 적 있나? 쭉 내려 댓글 한번 보고, 별 거 없으면 몇 초 내로 넘기고 말지). 무슨 말인지 모를 뿐 아니라, 관심이 없어요. 재수만 없지요. 배운 건, 능숙한 운전기사처럼 완전히 몸에 익어 내가 그걸 배웠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절로 몸이 반응하듯), 그때 우러나오는 게 아닐까요. 행여나 누가 하이데거 같은, 있어 보이는 이름 대면서 아냐고 물으면 그냥 모른다 하세요. 그래야 '현준재'니 '희성(稀姓)'이니 하지 않습니다.
*
현준재가 뭐지, 하고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지금 현준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낯설었다고 말했다. 누군가 그에게 현준재라고 불렀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그건 그의 이름일까? 현, 준재? "희성이시네요." -216쪽
머릿속으로 그 남자가 한 말이 맴돌기 시작했다. '당신은 다른 여자들하곤 달라.' -217쪽
그녀는 자신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이해한 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226쪽
그녀가 아무리 소리쳐봤자 그에게는 입만 벙긋거리는 걸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228쪽
ㅡ「파란 책」, 『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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