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밑줄]

『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 (1) 프롤로그

by 새 타작기 2016. 2. 5.

잘못된 걸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나의 귀를 막는다.


*


5 어른들은 열일곱 살에게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강요하다가 어느 순간 왜 꿈이 없느냐고 다그치면서 빨리 진로를 정하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면 아이들은 "왜 난 꿈이 없는 걸까?", "왜 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지?"라며 자책에 빠지게 된다.


7 나는 초보 의사 시절 아이들이 "선생님, 저 자퇴하려고요", "가출했는데 갈 데가 없어요", "학교 가기가 싫어요"라는 말을 했을 때 그저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지 못했다. 나는 왜 아이들의 알아서 자기 길을 잘 찾아갈 것이라고 믿고 기다려 주지 못했던 걸까. 정원을 가꾸려면 잡초를 없애고, 꽃씨를 뿌리고, 물도 주고, 주변 정리도 해야 한다. 그러나 싹을 틔우는 일만큼은 온전히 꽃시의 몫이다. 10대와 상담하는 일도 정원을 가꾸는 일과 비슷하다. 다른 것들은 주변에서 다 해 줄 수 있지만 싹을 틔우는 것은 온전히 10대의 몫이다. 자퇴를 했던 아이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와 대학을 가야겠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도와 달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가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가 "선생님, 제가 사고를 하도 많이 쳐서 괴로우셨을 텐데 한 번도 꾸짖지 않으시고 제 얘기 잘 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제 편 해 주실 거죠?"라고 말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언제든 네 편이야.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오히려 내가 해야 할 것 같다. 대학을 가겠다고 결정한 건 바로 너 자신이니까,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너를 믿고 기다린 것밖에 없으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