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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말들』, 이문영, 후마니타스 (2017)

by 새 타작기 2020. 3. 28.

누구든 존재한다는 이유로 신기해질 이유는 없었다. -12쪽
강원랜드에 한판 놀러 와선 겉만 보고 사북이 좋아졌다는 인간들이 있었다. 탄광이 한창일 때 관광노보리나 보고 간 놈들과 똑같았다. 보고 구경하는 마른 눈으로 살고 노동하는 사람의 습기를 알아챌 순 없었다. -14쪽
언어는 때로 선동이었고, 자주 기만이었다. 과거 그를 '산업 전사'라고 칭했던 언어는 현재의 그를 '노가다'라고 불렀다. 석탄 증산을 '애국'이라며 독려했던 언어는 어느 순간부터 감산과 폐광이 '합리화'라며 말을 바꿨다. 언어를 정의하는 권력은 그와 동료들의 정체성을 극단으로 뒤바꾸며 언어를 감염시켰다. -14쪽
정치가 언어를 소처럼 부릴 때 그들은 소처럼 일만 하다 삭아 갔다. -28쪽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서 존재하고 싶을 때도,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도, '싶다'는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없었다. -29쪽
막장마저 잃은 광부들의 사망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땅 밑에서 죽음과 가까웠던 그들은 땅 위에서도 죽음과 떨어지지 못했다. -30쪽
카지노는 병정질과 꽁지질을 불허한다면서도 그들과 공생했다. -38쪽
느그 뱉고 싼 추저븐(더러운) 것들 한 달을 닦아도 느그 놈들 하루 껌값도 못 번다니. 씨벌, 매시꼽다(매스껍다). -38쪽
화장실에 붙은 청소 도구 창고에 쪼그려 앉았다. 그들에겐 쉬는 시간이 따로 없었고, 쉬는 시간이 있어도 쉬는 공간이 따로 없었고, 쉬는 공간이 있어도 쉬는 모습은 따로 없어야 했다. -40쪽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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