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 통하다
- 저자
- 김성일, 김채연, 성영신 지음
- 출판사
-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3-10-15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들의 뇌과학 오디세이마음을 움직이는 뇌, ...
<짝짓기하는 뇌>
149 종종 우리는 인간에게 길들었거나 실험실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이 자기가 원하는 배우자를 자유롭게 고를 기회를 빼앗긴 처지라는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인간과 달리 동물들은 이성 개체라면 아무에게나 닥치는 대로 이끌린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TP라는 오랑우탄 수컷이 그랬듯이 야생에서 자연 상태로 생활하는 동물들에서는 특정한 개체를 짝짓기 상대로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153 대다수 조류와 포유동물들이 짝짓기 시즌이 되면 아무 상대와 닥치는 대로 성관계하기는커녕 어느 한 상대를 선택하고 그에게 열정적으로 헌신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관찰했다... 구애에 나선 동물들은 '특별한' 이성에게만 관심을 집중하며 주변에 있는 다른 이성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161 낭만적 사랑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사람들은 배우자로서의 가치가 제각각 다르다. 각자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상대를 합리적으로 꼼꼼히 따져서 선택하고자 한다. 그래서 결혼은 배우자 가치가 완전히 같은 신랑과 신부 간의 결합이 된다. 10점 만점 남성은 10점 만점 여성과 결혼하고 9점 남성은 9점 여성과 결혼한다. 사실 이는 재화와 서비스를 매매하는 시장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누구나 자기가 판매하는 상품(자기자신)으로 자기가 얻을 수 있는 최대 가격(결혼상대자)을 얻고자 한다... 이 상상 속의 세상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배우자 가치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대개 비슷한 사람들과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이게 전부는 아니다. 결혼정보 회사의 매칭 매니저들은 두 남녀의 재산, 외모, 성격, 학벌 등이 매우 엇비슷하더라도 실제로 만났을 때 사랑의 불꽃이 무조건 피어오르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왜 배우자를 선택할 때는 합리적 구매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가?
162 청춘 남녀는 어떻게 해서 서로 신뢰할 수 있을까? 신혼집 옆집에 원빈이나 김태희가 이사를 오면 즉시 버릴 태세가 되어 있는 '합리적인' 남녀가 어떻게 해서 배우자를 찾을 수 있을까?... 해결책은 옆집에 원빈이나 김태희가 이사를 오더라도 내 곁에 머물러 있을 '비합리적인'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즉 배우자 가치가 비슷하다는 합리적인 이유 때문에 나를 선택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나'라는 사람에 반해서 내게 정서적으로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그는 배우자 가치를 이성적으로 따져 보아서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배우자 가치가 나보다 더 높은 다른 이성을 만나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터이다. 요컨대 장기적인 배우자를 얻고자 하는 짝짓기 시장에서 효과적 해결책은 바로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그리고 비합리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에 사로잡힌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낭만적인 사랑은 자신이 비합리적임을, 즉 현재의 연인보다 더 이상적인 대안을 만나더라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언제까지나 연인에게 머물러 있을 사람임을 연인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하여 정서적 헌신을 과시하는 신호이다.
<개미의 뇌 vs 베짱이의 뇌>
267 개미와 베짱이는 우리 마음의 두 가지 모습이다.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덜 쓰고 아껴가며 저축을 한다. 날씨 좋은 주말에도 직장과 독서실로 향하고 자신을 빛낼 '스펙'을 쌓기 위해 여름날의 개미처럼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베짱이의 노랫소리는 여전히 우리를 충동질한다. 나도 모르게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에 손이 가고 홧김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무이자 할부라는 말에 솔깃하여 신용카드를 꺼낸다. 이처럼 충동에 휩싸인 뇌는 어떤 모습일까? 반대로 충동을 이기고 의지를 실천하는 뇌는 어떻게 다를까?
274 뜨거운 태양 아래서 먹이와 땔감을 나르는 동안에도 개미는 배부르고 등 따뜻한 겨울을 상상했을 것이다. 어쩌면 추위와 배고픔을 더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개미가 현실의 즐거움이나 괴로움에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개미가 땀을 흘리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은 현실이 아니라 상상 속의 미래였다. 이에 비해 베짱이는 마음 속 시간 여행에 실패했다. 베짱이에게는 다가올 겨울의 추위보다 지금 내리쬐고 있는 햇볕을 견디기기 더 어려웠고 미래의 안식처와 식량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낭만이 더 절실했다. 베짱이의 행동을 결정한 것은 현실의 충동이었던 것이다.
287 건강하고 지적인 사람들조차도 미래를 예상할 때 곧잘 실수를 저지른다. 한편으로는 '미래의 자아'가 '현재의 자아'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여 실수한다. 예를 들어, 당장해야 할 일을 미루면서 꾸물거릴 때가 그렇다. 내일의 나는 기꺼이 과제를 끝낼 거라 기대하지만 내일의 나도 오늘의 나처럼 다른 일로 바쁠 거라는 예상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의 자아'가 '현재의 자아'와 같을 것이라고 기대하여 실수한다. 예를 들어 회비를 미리 내고 스포츠센터에 등록할 때가 그렇다. 내일의 나에게도 오늘의 나처럼 운동하고자 하는 욕구가 넘칠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내일의 나는 지치고 힘들어 쉬고 싶어 한다는 예상을 하지 못한다.
288 (이 글의 목적은 개미처럼 사는 것이 옳다고 설득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우리는 행복할 기회를 지나치게 미루고 있다. 부모들은 주말에도 출근하고 아이들은 선행 학습을 위해 동심을 접는다. 과도한 절제는 불안감과 공포의 산물이지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행복은 현실과 미래의 조화로운 균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의 감춰진 교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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