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가장 가깝고도 머나먼 존재. 가까운 어머니와 머나먼 女子.
최 여사의 나라말을 나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궁금한 게, 이 나라에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몇은 있으시지요? 한집 사는 사람은 아니겠고)
부디 있으셔야 합니다.
***
우리는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벌교 사람이었지만
어머니는 오랫동안
혼자 '여천떡'이었다
이름이 따로 없다가
내가 학생이 되고서야 가끔씩
생활기록부 속에서
'이청자'씨가 되었다
밥도 부뚜막에서 혼자 먹고
늘 맨 뒤에서 허둥지둥
무언가를 이고 지며 따라오던 사람
모두가 잠자리에 든 뒤 들어왔다
새벽녘이면 슬그머니
빠져나가던 사람
어디선가 빌려와
언젠간 돌려보내줘야 할
딴 나라 사람 같던
어머니
가장 가깝고도 머나먼
소라와 조개가 많이 난다는 나라
어머니의 그 나라말을
우리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ㅡ「어머니의 나라말」,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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