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락한 유모차에 앉아 있다. 밥 줘요, 물 줘요, 만지고 놀 게 필요해요, 하며 엄마를 올려다본다. 엄마는 아무데도 올려다보지 않고 밥 주고 물 주고 만질 걸 준다. 아, 편하다 여기. 여기서 일어나면 올려다볼 엄마가 없어지는 건가. 어쩐지 일어나기 싫었어. 무심코 엄마의 다른 표정이 보인다. 女子가 막막하고 부친 표정으로 유모차를 놓지 못한 채 좁은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려 삽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엄마는 안 그런 줄 알았다. 엄마도 어딘가를 올려다보고 싶어하는 女子인 줄을 난 몰랐다. 엄마도 올려다볼 데가 있었다면 나처럼 유아적이고 싶었을 거다. 그런 엄마를 두고 도대체 나는 얼마나 방향을 제대로 틀려고 이 나이 되도록 후진만 하는 건지. 지금도 나의 손은 간신히 핸들만 쥐었다 폈다,
***
네겐 햇빛이 필요하단다. 여자는 나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을 산책했다. 햇빛은 어디 있지요? 난 뭔가 만지고 놀 게 필요해요. 나는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여자도 어딘가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엄마, 라고 말했다.
얘야, 너는 잠시 옛날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란다. 그리고 세상은 많이 변했단다. 여자가 유모차를 밀던 손을 놓았다.
구른 건 바퀴뿐이었을까?……내 차가 들이받은 나무는 허리를 꺾었다. 나뭇잎 나뭇잎이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를 나는 들은 것 같다. 아아아, 내가 처박힌 여기는 어딜까?
당신, 왜 그래? 헝클어진 당신이 묻는다. 나는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나요? 멈출 수가 없었어요. 나는 천천히 당신을 올려다본다.
당신도 어딘가를 올려다본다. 답을 구하는 태도는 누구나 유아적이군요. 그런데, 구른 건 정말 바퀴뿐이었을까요?
나는 엄마, 생각을 했다. 나는 방향을 틀기 위해 잠시 후진을 해야 한다. 천천히 핸들에 손을 얹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ㅡ「삼십세」, 『사춘기』,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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