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울음이 '말'이다. 배고프다는 말도, 덥다는 말도, 똥 쌌다는 말도 모조리 울음으로 터뜨려버린다. 울음이 다 같은 울음이냐 하면, 그게 아닌 거지. 아이의 울음은 세상 그 어떤 말보다도 솔직한 마음. 고로 아이의 울음을 듣고서 운다고 혼내고 시끄럽다고 때리는 건, 본인은 들을 귀가 없는 귀머거리라는 증거. 아이를 고립시키지 않으려면 조용히 내리는 훌쩍임에도 폭설같은 오열에도 마음 다해 반응해주어야겠지. 비단 눈 앞의 아이를 대할 때만이 아니라, 내 머릿속의 아이에게도, 아이같은 애인에게도.
***
아주 조용하죠. 내 머릿속에서 훌쩍임들이 멎고 흘러나오던 콧물도 얼었어요.
꺽, 하는 뭔가 한꺼번에 넘어가는 소리가
고요를 분할했지요. 다음에 온 고요는 쌔근거렸어요. 여진일까요?
정말 아이들은 잠에 빠져버렸나 봐요. 내 머릿속은 보육원이죠. 아이들의 악몽을 덮을 이불을 준비해야겠어요.
아이들의 악몽은 모퉁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자동차 같아서 피하기가 어려워요. 자동차가 통과해 갔는데 내가 어떻게 콩나물을 사고 두부를 사겠어요?
더 이상 울지 않는 아이는 위험해요. 아주 조용하지만
조용히 내린 눈이 마을을 고립시키죠. 그리고 아무도 그 마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ㅡ「울지 않는 아이」, 『사춘기』,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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