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완벽하게 예쁜' 사람을 만나면 저렇게도 된다. 하루 이틀 새에도 한 사람에게 완벽하게 빠져 버리는. 무턱대고 들이대고도 싶었을 텐데, 여자가 그은 선을 지켜주려는 남자의 배려가 돋보인다('이쯤에서 내가 들이대면 저 여자는 부담을 느끼고 도망가겠지?'와 같은 계산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말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그런 배려). 툇마루(물론 일본가옥이니 다른 명칭이 있겠지만)에 서로 몇 뼘은 떨어져 앉아 나무기둥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 특히 그게 느껴진다. 저 정도면 남자가 죽을 힘을 다해 참은 거 아닌가? 여자가 당장 내일 가면 앞으로 언제 볼 지, 볼 수 있기나 한 건지 모르는 상황에. 터져나오는 걸 참다 못해 그게 마지막에 키스로 삐져나왔는데, 그 장면은 좀 놀랐다. 키스까지는 가지 않았다면 더 좋을 것 같다가도, 저 장면이 너무도 아름다웠다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마지막 밤, 불꽃놀이 까짓것 한번 같이 봐 주었으면 어떠나 싶으면서도, 차갑게 거절했기에 더 아름다웠던 게 아닐까는 생각이 든다. 둘 사이에서 가능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 그래서 더 아린 것도 같고. 내가 볼 땐 여자도 죽을만큼 참았다. 당장이라도 갈아치우고 싶은 지금의 사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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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거에요. 괜찮아요. (왜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예쁘니까. 정말로. 그대로 자연스럽게 있으면 돼요. 정말로 예뻐요, 혜정씨는. (고마워요) 저... 역전 안내소에서 처음 봤을 때 '아!'하고 느꼈어요. ('아!'가 뭐에요?) 좋다, 예쁘다고 느꼈어요, 정말로. 농담이 아니에요. 이야기 하고 싶다, 같이 있고 싶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말도 걸었고요..................남자친구로 어때요?" -유스케 (이와세 료)
ㅡ<한여름의 판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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