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SCENE
1. 라디오에서 흐르는 푸석푸석한 팝송 음악. 친구 'R'의 방에서 그걸 함께 듣던 '나'와 'R'이 나란히 서서 조금은 어색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씬. 얼굴에 석양이 비치며 서 있던 그 모습이 어쩌면 '그들이 만들어 가던 관계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는 게, 이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사고만 없었다면 그 후로도 한참을 가꾸어나갔을 텐데.
2. 'R'의 일을 도와주다가 엄청난 실수(과연 엄청난 건가? 후폭풍은 엄청났지만)를 저지르고만 '나'. 그런 '나'에게 '괜찮다'며, '나중에 꼭 임금을 정산해주겠다'며, 그만 퇴근하라고 등을 떠밀던 'R'의 표정. 당황스러움과 난처함과 미안함과 배려. 애써 웃으면서도 무언가 차오르는 듯한 복잡한 표정에 수많은 감정이 들어있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그걸 연기해 낸 배우에게 박수를.
3. 암전 상태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들. 백화점의 안내 방송(우리가 이미 아는 그 사건이 다가오고 있다는 공포. 알면서도 무섭다), 음성사서함 속 목소리('나'를 걱정해주는 그 소리들이 왜이리 무섭게 들리는지), 사정없이 울려대는 삐삐 소리(그때의 분주했던 현장이 떠오르는 건 또 왜지). 그때의 소리가 오늘의 공간으로 생생히 전해져 왔다, 무섭도록 서늘하게.
*
'4월이 이제는 봄이 아닌 사람들'과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던 꿈 많던 청년'과
'저녁밥도 미처 다 짓지 못한 채 갇혀버린 엄마'와
'아직도 엄마를 기다리는 자식들'과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린 사람'을 위해,
그날을 기억하겠습니다.
ㅡ160306, 혜화동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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