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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들

<삼풍백화점> : 기억

by 새 타작기 2016. 3. 6.




기억에 남는 SCENE


1. 라디오에서 흐르는 푸석푸석한 팝송 음악. 친구 'R'의 방에서 그걸 함께 듣던 '나'와 'R'이 나란히 서서 조금은 어색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씬. 얼굴에 석양이 비치며 서 있던 그 모습이 어쩌면 '그들이 만들어 가던 관계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는 게, 이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사고만 없었다면 그 후로도 한참을 가꾸어나갔을 텐데.


2. 'R'의 일을 도와주다가 엄청난 실수(과연 엄청난 건가? 후폭풍은 엄청났지만)를 저지르고만 '나'. 그런 '나'에게 '괜찮다'며, '나중에 꼭 임금을 정산해주겠다'며, 그만 퇴근하라고 등을 떠밀던 'R'의 표정. 당황스러움과 난처함과 미안함과 배려. 애써 웃으면서도 무언가 차오르는 듯한 복잡한 표정에 수많은 감정이 들어있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그걸 연기해 낸 배우에게 박수를.


3. 암전 상태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들. 백화점의 안내 방송(우리가 이미 아는 그 사건이 다가오고 있다는 공포. 알면서도 무섭다), 음성사서함 속 목소리('나'를 걱정해주는 그 소리들이 왜이리 무섭게 들리는지), 사정없이 울려대는 삐삐 소리(그때의 분주했던 현장이 떠오르는 건 또 왜지). 그때의 소리가 오늘의 공간으로 생생히 전해져 왔다, 무섭도록 서늘하게.



*



'4월이 이제는 봄이 아닌 사람들'과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던 꿈 많던 청년'과
'저녁밥도 미처 다 짓지 못한 채 갇혀버린 엄마'와
'아직도 엄마를 기다리는 자식들'과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린 사람'을 위해,


그날을 기억하겠습니다.



ㅡ160306, 혜화동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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