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해들/오늘의

자전거

by 새 타작기 2016. 3. 31.

생각이 너무 많아지니까 안되겠다 싶어 자전거. 자전거를 타도 생각은 여전히 많더라. 딴 생각 하다 핸들 팽팽 돈 것만 두 번. 옷도 잘못 입고 나와서 등짝에 땀이 흥건하다. 왠지 안 가본 데 가고 싶었다. 잘 모르는 데서 허둥지둥 길을 잃고 싶었다. 생소한 건물 구경하고 싶었고, 다음 골목이 예상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게, 이름만 들어봤지 한 번도 안 가본 '연남동'.

 

경인국도 따라 무작정 달렸다. 평일 낮이라 도로에 차도 적은 편. 바깥 차선에 바퀴를 살짝 걸친 채 페달을 밟았다 풀었다 느긋하게. 인도로 들어섰다가 다시 차도로 나왔다가,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끌다가 그냥 가지는대로. 한 시간쯤 갔나 멀리 돔이 보인다. 저게 보이면 이제 안양천으로 내려설 때. 천 따라 난 자전거도로로 달리다 보니 주변에는 개나리가 벌써 만개했고, 잡초는 이미 무성하고, 할아저씨들이 득실거린다. 나같이 젊은 사람은 별로 없구나 이 시간엔. 뭔 체력들이 저리 좋은지 다들 나를 앞질러 간다. 그만 좀 앞서 가라. 바퀴 작은 사람 서럽다. 천천히 좀 가라 사람들아, 제발. 목동교를 지나며 천변에서 빠져 나왔다. 육교를 건너 선유고를 끼고 좌회전하여 쭉 가니, 양화대교. 오늘 나는 안 그래도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교 위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며, 저 강은 매주 봐도 볼 만하다는 느낌이, 그리고 많은 양의 물을 매일 보는 사람은 아마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가니 합정, 여기서 잠깐 쉬며 스탠딩커피에 들러 바닐라라떼 한 잔 들이켤까 하다가 귀찮아서 좀 더 가니 홍대, 여기서부터는 진짜 바퀴가 굴러가는대로 가자고 간 게 연희동, 연남동. 아까는 그렇게 노인네들만 보이더니, 여기는 젊은 사람들이 꽤 많다. 그래, 이 나이에 거리를 다니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고! '연희맛로'라는 길이 있고, 거기에 괜찮다싶은 장소가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나름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의 거리. 지그재그 모양으로 골목이란 골목을 다 누비고 다녔다. 막상 와 보니 알겠다, 내가 이거 하려고 왔나보다, 골목에서 멍 때리고 있는 젊은 사람들 표정 보려고. 사연이야 없겠냐마는 이 시간에 여기에서 이런 모양으로 있는 사람들이 그럭저럭 행복해보였다. 어떻게든 먹고 살고 있는 모양? 시간도 어중간하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뭐라도 먹기로. 태국요리 하는 집에 들어 가 소고기국수 한 그릇 먹었다. 맛은 의외로 없었다. 배도 불렀겠다 힘도 보충됐겠다 날도 아직 밝겠다, 어딘가 좀 더 가보려다가 엉덩이가 아파서 냉큼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이 최고지. 이걸로 자전거 산책 끝.

 

사실 오전에 S교회 앞에 다녀왔다. 내가 꿈꾸는(고작 생각만 하고 있는) 일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교회 안에 살고 있다. 막상 내가 저렇게 살면 어떨까고 생각해봤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과연 정말 원하는 일이 뭔가, 다시 흐릿해졌다. 결국 돈이고 안정인 건지. 하고 싶은 게 있는 건지,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한 건지. 지금까지 쓰인 글이 정신 없듯, 나의 하루는 정신이 없었다. 글은 고치지 않고 두기로.

 

ㅡ160331   

 

 

 

 

 

 

 

 

 

 

 

 


'오해들 > 오늘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좌석  (0) 2016.04.18
애프터 면접  (0) 2016.04.03
불합격  (0) 2016.03.31
또와  (0) 2016.03.30
면접  (0) 2016.03.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