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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들/소설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 서른번째 생일

by 새 타작기 2016. 2. 26.

'아, 그러고 보니'


내 서른번째 생일은 외국에서 보냈다. 단 한 번도 서른 살 생일에 캐나다에서 미역국을 먹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왜 토론토였느냐 묻는다면, 생일을 함께 보낼 사람이 토론토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물론 생일을 기념하여 그곳에 간 건 아니었지만. 혹시 서른 살이 되면 무얼 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고 묻는다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겠다(기억이 나지 않을 리가. 너무나도 바랐던 꿈이 있었다. 다만 그 꿈이 그토록 대단한 건 줄은 몰랐다). 어쩌면 그 나이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을 것인가'가 중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누구'가 '무엇'을 결정한다고도 믿는다. 물론 서른 살에 내 곁에 누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본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쪼록 나는 지금, 굳이 신경써서 염색할 필요까지는 없는 사람(내 흰머리도 괜찮다니까)과 내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지금까지의 서른 해에 이어지는) 완전히 새로운 일 년하고도, 석 달하고도, 스물하루하고도, 한 시간하고도 오십여 분을 보내고 있다.


나의 서른은 그 없이는 설명할 수 없지, 암.



*



94 그 소설의 주인공은 미국의 어느 소도시를 지나가다가 저녁 무렵 문득 깨닫게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내 서른번째 생일이었네'라고. 본디 서른 살의 생일은 그렇게 보내야만 할 것 같았다.


95 우리는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우리의 꿈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뤄지지 않은 소망들은 모두 그처럼 대단한 것들이었다. 미국의 엘리자베스타운 같은 곳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서른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일 정도는 간단하게 이룰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건 전혀 소박한 소원이 아니었다.


107 이렇게 거대한 도시에 사는 한, 하루에 두 번씩 평생 택시를 탄다고 해도 우리는 죽을 때까지 같은 택시를 탈 수 없는데, 그런데도 때로 우리는 원래 만나기로 한 것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또 사랑에 빠지고,


108 그리하여 그날 나는 이제 다시 내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완전히 새로운 스무 시간하고도 십육 분,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서른 해에 이어지는 스무 시간하고도 십육 분을 보낸 셈이었다.


115 한편으로는 집에까지 가는 길을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택시가 서울에 한 대 정도는 있어서 다행이라고,



ㅡ「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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