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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슬픔』 (1) 지부티의 쓰레기통

by 새 타작기 2016. 2. 9.

14 교사로서의 안정된 직장생활도, 문학 작업의 인정도, 제삼자를 통해 들은 얘기나 매체에서 읽을 수 있던 기사도, 그 어떤 것도 엄마를 완벽하게 안심시키지 못했다. 물론 엄마는 나의 성공에 기뻐했고, 친구들과도 그 얘길 했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알았더라면 기뻐했을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공부 못하는 자식이 불러일으켰던 근심이 영원히 자리하고 있었다. -> 엄마 마음 속 깊은 곳의 영원한 걱정.


17 아버지는 특별한 악의 없이 늘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것은 우리의 공모 방식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웃어넘기는 쪽을 재빨리 택한 것이다. -> 아버지라고 왜 걱정이 없었겠는가. 아들은 열등생인 자신을 그래도 웃어넘겨 준 아버지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21 열등생와 부모와 선생들이 공유한 고통, 학교가 빚어낸 그 슬픔의 상호작용에 대해. -> 페낙이 쓰고 싶었던 학교에 관한 책


22 "선생님이 그랬어. 분수들은 공통분모로 약분해야 한다고!" (중략) 그들은 "선생님이 그랬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안다. 열등생이 지루한 푸념 속에 들어앉히는 희망, 그래 그거다...... 선생님의 말이란 급물살을 타고 추락하는 강물 위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이 붙잡고 매달리는 부표일 뿐이다. 열등생은 선생님이 한 말을 반복한다. 의미가 있어서도 아니고, 규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순간적으로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놓여나기 위해' 하는 말이다. 아니면 사랑받기 위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 선생님의 말, 강물 위의 부표. 제대로 된 부표를 띄워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23 가장 단순한 말도 지식의 대상으로 파악할 것을 요구당하는 순간, 그 실체를 잃어버리곤 했다. -> 왜 배우려고 하면(배울 것이라고 강요당하면) 잘 안 배워질까.


24 막연한 소리 덩어리. -> 미국 영화를 자막 없이 볼 때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25 그게 바로 열등생의 속성이다. 그들은 자신의 열등함에 대해 굽이굽이 반복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난 한심해, 난 절대 할 수 없어, 그러니 노력해볼 필요도 없어, 이미 다 망했어, 내가 그랬잖아요, 학교는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열등생에게 학교는 출입이 금지된 몹시 폐쇄적인 집단으로 보인다. 때로는 몇몇 선생님이 그런 생각을 돕는다. -> 이미 망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그래, 넌 망했어'라고 부채질은 하지 말아야.


26 나의 열등함은 어디서 기원했는가? 중산층 집안의 자식, 사랑하는 가족에게서 태어났고, 갈등도 없었고, 숙제를 도와주는 책임감 있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중략) 그런데 열등생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집안 내력에서도 더이상의 설명을 끌어낼 수 없다. -> 오히려 교육적으로 모든 조건이 충분한 집안에서의 열등생이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30 교사가 된 뒤, 나의 급선무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두려움을 치료하고 방해물을 치워버려 앎이 스며들 기회를 갖게 해주는 일이었다. -> 교사가 할 일.


32 몇몇 선생님은 무엇보다 나의 이러한 명랑함을 비난했다. 무능한데다 무례하기까지 하다고. 열등생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남의 이목을 끌지 않는 데 있다. 죽은듯이 지냈으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활기는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놀이는 고독한 수치심에 빠져드는 순간에 덮쳐 오는 우울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다. -> 공부하는 애들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있어주는 것? 하긴 우등생의 불만 중 하나이긴 하다. 열등생이 학습 분위기 흐뜨려 놓는 것.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들에게 활기를 자제시키는 순간, 열등생에게는 그 반에서의 존재감 자체를 빼앗는 것과 같겠구나 싶었다.


35 그들에게 나는 쉬는 시간에만 존재했고, 수업 시간에는 위험인물이었으니까. 아! 학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패거리에 섞여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존재가 확실해지는 느낌과 함께 그 속에 융해되는 것. 정체성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 이런 게 패거리의 매력이 아닐까? 이 모든 것이 학교라는 세계에서 느끼는 그 절대적인 이질감을 잊게 하고, 어른들의 경멸 서린 시선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의 시선은 어쩜 그리도 한결같은지! -> 열등생은 학교에선 (특히 수업시간에는) 존재감을 감추어야 했지만, 패거리 속에서는 드러내도 됐다. 패거리는 내가 있는 그대로 있어도 되는 무리였다. (패거리가 꼭 동급생일 필요는 없는 듯)


39 범인이 드러날 때까지 모든 학생이 벌(이러저러한 것의 박탈)을 받는다고 그의 마음이 움직이진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 벌로 인해 마침내 공동체의 확실한 일원이 될 기회를 얻는다. 단 한 명의 '죄인' 대신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을 '치사하다'고 생각하는 모두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진정성 아닌가! -> 권위를 앞세워 연대책임 묻는 행위가 얼마나 부질 없는지. 이란x, 박희x 보고 있나. (근데 둘은 묘하게 달랐다. 내가 죄인이냐 죄 없는 사람이냐에 따라 달랐던 건가.)


41 자신을 두렵게 하는 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능력. -> 은밀한 보복. 그러게 왜 두렵게 해.


44 증오심과 애정의 욕구, 최초의 실패 이후 나는 이 두 가지에 한꺼번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략) 일테면 나의 받아쓰기 점수를 내가 틀린 문제 숫자만큼 세어 마이너스로 말씀해주시던 중1 때 선생님의 생일 선물 마련에 협력하는 일. (중략) 그 망할 선생님을 진짜로 기쁘게 할 선물을 고르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반 애들한테서 선물 살 돈을 거둬들이고, 끔찍한 선물값이 공동 모금액을 넘어선다는 걸 알고 내 몸을 바쳐 채우기로 한 것이다. ->양가 감정. 예를 들면, 고문자의 선물에 일조하기.


47 그들은 나의 무능한 학교생활의 기원에 대해서는 괘념치 않았다. 원인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거니와 나에게 설교를 하려 들지도 않았다. -> 취조와 설교의 유혹을 참아내기!


50 재난과도 같을 미래로 나를 위협하지 않았던 것처럼 편지 속의 아버지는 열등생이던 나의 과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내비치지 않았다. -> 이대로 가다가는 너 나중에 클난다, 같은 협박. 나도 아니깐 조용히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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