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혼자보단 둘이 훨씬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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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남자가 인도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에서 뛰다 쉬다 춤추다 수영하다 눕다 하는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여행 다녀와서 여행기 하나만 써봐도 그때의 맛을 살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걸 알겠는데, 두 남자는 그 좁은 무대를 '충분히' 인도로 만들었다. 웃통 벗어젖히고 물 속에 뛰어드는데, 와- 거길 바다로까지 만들 줄은.
2. 좋은 장면 하나. 디우로 가는 길. 정전된 열차 안에서 랜턴 켜고 함께 고추참치캔 따먹는 장면(고추참치 한 입에 긴 말 필요없이 탄성을 지를 때). 여행 가면 소소한 음식에 온갖 오바스러운 감탄을 하지 않았던가.
3. 좋은 장면 둘. 사막의 잠자리에서, 그래봤자 얇은 담요 깔아놓은 게 전부지만, 90년대 노래ㅡ찬영(박동욱)이 가져온 460곡 중ㅡ를 따라 부르다가 혁진(전석호)의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시에 맞춰 찬영이 곡을 지어주던 장면. 결국 그 노래는 산울림 아저씨들의 '회상'이어서 한번 웃고, 두 남자가 누워 그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데 너무나 자유로워 보여 또 한번 흐뭇하게 웃고. 여긴 저렇게 소리지를 수 있는 데가 없잖아.
4. 좋은 장면 셋. 바라나시에서 세 남자(기타맨까지)가 기타 두 대와 젬베 하나로 실컷 노래하고나서의 장면. 이곳에만 오면 사람들이 희한하게도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면서 두 남자가 보여주는 연기. 해질 무렵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을, 극도의 한가함이 비쳤다고 할까.
5. 아쉬운 장면 하나. 연극이 여행은 가고 싶게 만들었지만, 인도가 끌리게는 하지 못했다? 특히 공을 들였을 인도 영상이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다.
6. 이곳에서도 여행하는 느낌으로 살고 싶다는 남자들. 그러다 무료해지면 다시 여행가면 된다는데. 저렇게 살면 여행 약빨 쉽게 떨어지지 않겠다!
ㅡ160210, 아트원씨어터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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