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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들/오늘의

웃음

by 새 타작기 2016. 7. 25.
너무 웃어서 짜증이 난 적이 있다. 교회 수련회에 웃음치료사였던가 행복전도사였던가가 와서 그에게 웃음강의같은 걸 들었는데, 한 시간 동안 정말 말 그대로 기계같이 웃고 박수치다 끝났었다. 무턱대고 웃는 게(나의 감정과 상관없이 웃으라니까 일단 웃고 보는) 처음에는 그럭저럭 재미도 있더니, 한 삼십 분쯤 웃고 나니까 짜증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끝날 때 돼서는 급기야 내가 왜 웃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짜증은 날 대로 나서, 얼굴 근육도 입도 아프고 손바닥도 아픈 지경이 됐었다. 세상엔 별의 별 강의와 별의 별 직업이 있구나 싶었다. 치료는 무슨. 사람 힘 빼는 시간였달까. 한 시간의 웃음이 끝나고 남은 건 표현하기 힘든 찝찝함과 허무함. 세상 시름이 이런 웃음으로 나아질 수만 있다면, 난 이미 동물원의 물개가 되고도 남았지.

보다 근본적인 것. 내 삶에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 한 치 앞도 모르겠는데서 오늘 두려움, 나는 어쩌면 혼자가 아닌가 하는 외로움. 사람들이 웃지못했던 데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는데. 웃는 방법을 몰라서 안 웃는 게 아니잖아. 근본적인 게 해결돼야 한다. 문제보다 큰 존재를 믿는 것, 등대처럼 내 앞 길을 훤히 비추어주진 않지만, 내가 딛을 한 걸음 앞을 희미하게 비추어주는 등불을 신뢰하는 것, 난 절대 혼자가 아님을 확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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