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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들/오늘의

이름 모를

by 새 타작기 2016. 4. 24.

자꾸 생각이 난다.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안 그랬는데 말을 걸었어야 했다.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운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었다. 뒤늦게 따라가봤지만 이미 가고 없었다. 서점을 두바퀴 돌고 나서 후회했다. 검은색 시집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시집은 여전히 나에게 있다. 교차하는 생각 사이에서 왜 그 선택을 했을까. 아마 난 저 검은 책을 다시는 펼치치 않을 것 같다. 시가 아무리 아름다운들 사람만 하겠는가. 집에 돌아와서 어떻게 하면 그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순수하고 풋풋한 '사람찾기' 어플을 하나 만들고 싶었을까. 아주 짧은 순간 겹친, 그래서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아무 정보가 없는 사람을 찾기 위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들를 수 있는, 그런 어플. 이제는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을 꼭 사야만 하나요?"

"공부하기 싫어서요, 취준생이."

"글 쓰시나요? 거기엔 무얼 적어요?"

"(유명한 시인이라는 말에 만화 주인공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제가 이렇게 운이 좋아요."


다 끝나고서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지나간. 자꾸 생각이 난다. 분명히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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