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며 구름 속에서 숨은그림찾기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늘 아래 가만 놓아두어도 하루종일 뛰어놀 수 있었던 날들(그땐 아이폰도 없었는데. 아이폰이 뭐야, 우리집엔 겜보이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을 찾아내 놀곤 했다(그땐 구름뿐 아니라 화장실의 타일에서도, 기하학적인 무늬의 벽지에서도, 이따금 동물들, 친구들, 귀신들과 만나고는 했다. 혼자놀기의 진수). 그때나 지금이나 하늘의 구름은 늘 그 모습 그 자리인데(라고 말했지만 아닌 것 같다. 그때의 하늘이 더 새파랬고, 그때의 구름이 더 뭉게뭉게 풍성했다.) 지금은 어째서 고개 들어 하늘 한번 쳐다보기가 어려운 건지. 땅만 쳐다보게 된 데에는 저마다 많은 사연이 있겠지 아무렴. 이제라도 고개를 들어 그때 그 동물들과 친구들과 귀신들을 찾아볼까 해도 여전히 고개를 못드는건, 고개를 들었어도 이제는 그것들을 못 찾을까봐, 옛날 그 어린아이의 눈과 마음이 흩어졌음을 확인하게 될까봐. 흩어지기 전에 시인처럼 토끼를 모자를 술래를 그때 집으로 데리고 갔어야 했다.
아무튼 결국 동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
한낮의 술래잡기
그가 새 모양의 구름을 가리키며 말했지
저 새가 나무를 지나갈 때까지
술래를 잡는 거야
나무와 가까워지는 동안
새는 한쪽 귀가 접힌 토끼가 되었다가
금세 구름모자로 떠다녔다
구름을 통과하지 못한 햇빛이
반사되어 흩어지던 시간
나무 꼭대기에 구름모자 걸릴 대 구름의 평균 수명은 얼마일까 투명하게 웃는 잇몸일 때, 어느새 나무를 떠나고 있던 구름 한 점
평균 수명과 사라지는 시점은 일치하지 않는다
한 구름이 다른 구름이 되는 동안
보이는 그가 보이지 않는 그가 되는 시간
구름을 사랑한 어느 과학자, 해거름 후 일 분이라도 더 이리저리 흩어지는 구름을 따라 하늘을 바라봤다고 하지
어둠을 통과하지 못한 구름이
하늘 너머로 흩어질 시간
없는 새를 토끼를 모자를 술래를
집으로 데리고 가기
해거름 일 분 전
ㅡ「구름을 집으로 데리고 가기」, 『다정한 호칭』, 이은규
'거짓말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약관」 : 스물 (0) | 2016.04.05 |
---|---|
「마음 한철」 : 엉뚱한 대답 (0) | 2016.04.04 |
「특별한 일」 : 최선 (0) | 2015.12.17 |
「변두리」 : 점멸신호 (0) | 2015.12.16 |
「그늘의 맛」 : 그늘을 먼저 (0) | 2015.12.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