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얼마전 돌잡이로 청진기(약탕기였나?)를 잡은 손자에게 진지하게 하시는 말씀이,
"딴 거 되지 말고 의사 돼라. 그래야 구속 안 된다."
앞말은 그럭저럭 칭찬인 것 같은데, 뒷말이 엉뚱하다. 구속이 안 된다니. 의사가 어떻길래. 우연인지 몰라도, 이날따라 뉴스에는 의사준비생이 나왔고, 우연인지 몰라도, 그 전도유망한 사람이 지하철에서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138여 회나 도촬을 했다는, 한국에서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이 뒤따랐고, 그 의사준비생의 변호인은 그건 고의도 아니고 우발적이기 때문에 별 거 아니라고 말하는 게 나온 것 같았고, 그런 일은 천번이고 만번이고 우발이 가능한 나라(겨우 138번 가지고 호들갑은.)에서는 정말 별 일 아니기 때문에 재판에 올리지도 않았다는 대수롭지 않은 마무리를 본 것도 들은 것도 같았다. 이 나라에서 이는 뭐 지극히 상식적이고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뉴스라고 생각된다.
돌잡이로 청진기(약탕기였나? 의사나 한의사나.)를 잡은 손자가 저 바람직한 뉴스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딴 거 되지 말고 판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ㅡ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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