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5번'이 결혼한다기에 간만에 MRD 모였다. 예도해준답시고 정복 맞춰 입고 왔는데, 단추 안 잠기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나도 바지 지퍼 반쯤 연 채로 칼을 들었다. 칼끝은 어긋나고 발도 안 맞았지만 하객들은 그런 거 모른다.
2. 축가 시간. 신부는 서 있고, 맞은 편에 '15번'의 친구가 마주 서 있고, '15번'은 그 옆에 앉아 기타 반주를 한다. 곡명은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 지금껏 들어본 축가 중 가장 난감한 노래. 친구가 괴상한 미성으로 1절을 마치자, 2절부터 '15번'이 화음을 넣기 시작한다. 푸훗. 가창력이 그 나물에 그 밥. 노래가 후반부로 치닫는데, 눈앞의 광경에서 문득 이상한 위화감이 든다. 마치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너를 사랑한다'고 구애하는 장면같달까. 게다가 사랑의 주도권은 친구에게로 넘어간 듯한 구도. 축가를 듣는 양가 어른들의 뒷통수에서 땀이 흐르는 걸 본 것도 같다.
3. 할 거 다 하고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누군가 "다음 순서는 누구냐"고 묻자, 다들 대답이 없다. '13번'은 아침에 집에서 나오는데 "맨날 예돈가 뭔가 해주다가 너는 언제 장가 갈래?"라는 물음과 함께 땅이 꺼지는 소리를 들었단다. '13번'은 지금 서울대 박사과정 중이다. '8번'은 "난 결혼 못할 것 같애. 우리나라 남자는 결혼하려면 직업이 있어야 돼."라고 말하며, 대학의 시간강사 문제를 토로했다. '8번'은 한양대 석사과정을 마친, 타칭 '우리 중 최고의 브레인'이다. 이런 유의 이야기를 하다가 다들 세 접시쯤 먹고 쿨하게 일어났다.
4. 나중에 예도 받아먹으려고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구 얼굴 한번 보러 나온 게 맞을 거다. 비슷한 처지의 동기들과 수다 떨고 실컷 웃고 돌아서서 집에 가는데, 어쩐지 표정들이 좋지만은 않다. 아, 나는 '18번'이다. 십팔.
ㅡ151220, 광화문, '15번' 장가가는 날
2. 축가 시간. 신부는 서 있고, 맞은 편에 '15번'의 친구가 마주 서 있고, '15번'은 그 옆에 앉아 기타 반주를 한다. 곡명은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 지금껏 들어본 축가 중 가장 난감한 노래. 친구가 괴상한 미성으로 1절을 마치자, 2절부터 '15번'이 화음을 넣기 시작한다. 푸훗. 가창력이 그 나물에 그 밥. 노래가 후반부로 치닫는데, 눈앞의 광경에서 문득 이상한 위화감이 든다. 마치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너를 사랑한다'고 구애하는 장면같달까. 게다가 사랑의 주도권은 친구에게로 넘어간 듯한 구도. 축가를 듣는 양가 어른들의 뒷통수에서 땀이 흐르는 걸 본 것도 같다.
3. 할 거 다 하고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누군가 "다음 순서는 누구냐"고 묻자, 다들 대답이 없다. '13번'은 아침에 집에서 나오는데 "맨날 예돈가 뭔가 해주다가 너는 언제 장가 갈래?"라는 물음과 함께 땅이 꺼지는 소리를 들었단다. '13번'은 지금 서울대 박사과정 중이다. '8번'은 "난 결혼 못할 것 같애. 우리나라 남자는 결혼하려면 직업이 있어야 돼."라고 말하며, 대학의 시간강사 문제를 토로했다. '8번'은 한양대 석사과정을 마친, 타칭 '우리 중 최고의 브레인'이다. 이런 유의 이야기를 하다가 다들 세 접시쯤 먹고 쿨하게 일어났다.
4. 나중에 예도 받아먹으려고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구 얼굴 한번 보러 나온 게 맞을 거다. 비슷한 처지의 동기들과 수다 떨고 실컷 웃고 돌아서서 집에 가는데, 어쩐지 표정들이 좋지만은 않다. 아, 나는 '18번'이다. 십팔.
ㅡ151220, 광화문, '15번' 장가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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