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아줌마 : "지금 몇 시에요? 한 여섯 시쯤 됐어요?"
나 : "여섯시 반 조금 지났어요."
붕어빵아줌마 : "어유, 생각보다 이르네. 이거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라요. 난 재료 가져온 거 다 쓰면 집에 가는 거에요."
저마다 시간을 재는 방식이 있다. 붕어빵아줌마의 측정도구는, 붕어빵 속에 들어갈 팥 앙금 한 통이었다. 날마다 약간의 오차야 있었겠지만, 아줌마는 긴 세월 한 곳에서 같은 양의 붕어빵을 팔다보니, 팥이 이 정도 남았으면 몇 시쯤 됐겠구나, 어림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붕어빵 굽는 틀이 돌아가는 모양으로는 작은 단위의 시차를, 특정 손님의 방문으로는 특정 시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멀리서 학교 종소리가 울리면 고사리들이 몰려들기 전에 붕어빵 굽는 속도를 높여 따끈한 것들을 잔뜩 늘어놓아야 했고, 허름한 사람이 지나갈 때가 되면 꼬리부분이 살짝 타버린 식은 것들은 한쪽에 빼두어야 했을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기도 전에 팥통이 바닥을 드러내면 그날은 밀린 빨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흡족한 기분이 됐을 것이고, 사위가 어두워지도록 팥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면, 당장 내일 먹을 반찬거리 걱정에 한숨을 지었을 것이다. 붕어빵을 구우면서 시간을 생각하고, 시간을 생각하며 사람도 생각하고 가족도 생각하고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그러다 다시 붕어빵을 굽고.
내가 들렀을 때 팥은 막바지였다. 여섯 마리 든 하얀 봉투를 건네는 아줌마의 표정에 웃음이 띈 걸 보니, 오늘 하루 아줌마의 시간은 따뜻했나 보다. 어쩌면 평소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 집에 있는 자식 일찍 볼 수 있단 생각에 그렇게 웃으셨나 보다. 아무튼 아줌마의 오늘 하루 시간은 그렇게 갔다. 천 원에 여섯 마리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밝은 표정에 그 맛이면, 천 원에 세 마리여도 종종 사 먹을 것 같다. 나는 오늘 붕어빵 여섯 마리 달랑달랑 흔들며 들고 와서, 나의 식구들과 나눠 먹으며, 붕어빵 못지 않게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ㅡ1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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