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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들/오늘의

김장

by 새 타작기 2015. 12. 6.

순이 아줌마가 그러는데, 김장날만 되면 그나마 몇 되지 않는 식구들이 죄 없어진단다. 엄마가 그러는데, 혼자서 김장을 할라치면 시작부터 신경질이 나고, 하다보면 이사처럼 재미없단다. 거침없는 친구에 힘입어 드러난 엄마의 속내.


이른 아침부터 무채 써는 소리에 잠이 깼다.  부엌에 나가보니 이미 엄마는 그 재미없는 김장을 시작했다. 엄마 뒷모습을 보는데, 엄마한테 필요한 건, '같이 있어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설픈 솜씨로 김장을 망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엄마 옆에 붙었다. 엄마가 썰던 걸 이어받아 무채를 썰고, 속 버무릴 때 엄마의 지시에 따라 갖은 양념을 들이붓고, 그렇게 버무려진 속을 절인 배추 속에 넣었다. 서른 포기를 담그는 동안, 재미없는 게 ㅡ오죽 재미없으면 이사만큼이라니ㅡ 덜 재미없기를 바랐다.


ㅡ151205



(퍼온 사진인데, 속 저렇게 뻘겋게 넣으면 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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