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란 빛은 다 좋은 건 줄만 알았다. 오징어의 입장에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오징어에게 빛은 곧 죽음. 그러고보니 나에게도 빛의 공포가 있었다. 자전거 타고 가는 길에 마주 오는 차에서 뿜어진 강력한 서치라이트. 쏟아지는 그 찬란한 빛에, 사방이 어두워졌고, 빛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죽음까지는 아니어도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에 휩싸였었다. 암흑 속에, 결국 무언가에 걸려 바닥에 고꾸라졌고,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데, '전짓불의 강한 불빛'을 마주했던 그들에게 그 빛은 광명이었을까, 죽음이었을까. 1
***
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ㅡ「오징어 -여는 시」,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유하
- 이청준의「소문의 벽」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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