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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들/산문

『내 이름은 욤비』 : 이름을 찾아준 사람들

by 새 타작기 2014. 2. 11.

 


내 이름은 욤비

저자
욤비 토나, 박진숙 지음
출판사
이후 | 2013-01-0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누르면 팟캐스트로 연결됩니다“난민은 불쌍한 사람도, 죄를 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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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륜구동 차에 집에는 가정부까지. 콩고민주공화국 정보국 요원으로서의 남부럽지 않은 생활. 아이들도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안정적이고 평온했던 가정. 그러나 욤비는 마주한 국가의 비리 앞에, 이 모든 삶을 포기하고, 정의를 위해 싸웠다. 그 결과, 욤비는 생명의 위협 속에 타국으로의 떠돌이 생활, 그의 식구들은 정글 안 오두막에서 수년 간의 숨죽인 생활. 처참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일종의 '낙인'이었다. 햇수로 5년 동안, 그 낙인을 짊어지고 살았다. 때로는 나 자신이 내가 다루는 공장의 기계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계들은 가끔 기름칠이라도 해 주지만 사람은, 특히 외국인 노동자는 열네 시간 노동을 하고 나서도 언제 불려 나갈지 몰라 선잠을 자야 할 때도 있었다. 공장에서 나는 과거 정보국 요원 '욤비'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는 '아프리카 노동자' 아니면 그냥 '깜둥이'일 뿐이었다. '콩고 출신 난민 욤비'의 삶은 거기 없었다" (p200)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욤비는 모든 것을 숨긴 채 살아야했다. 이름도, 출신지도, 자신의 모든 과거도. 이 공장 저 공장 떠돌아 다니며 욤비는 이름 없는 삶을 살았다. 그저 아프리카 노동자였고, 그냥 깜둥이였다.

"문득 '이 사람들은 자기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이 그랬다. 내게 변호사 수임료를 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럽이나 캐나다처럼 정부 쪽에서 이들에게 소송비를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그저 선의로, 순수한 열정으로, 나를 대신해 싸워 주겠다고 나섰다."(p236)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욤비는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이름 없는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수많은 인터뷰, 기각, 불허, 좌절 또 좌절. 난민 인정을 위한 처절했던 6년 간의 싸움에 욤비에게는 감사하게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그들은 욤비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아무 대가 없이 헌신적인 도움을 주었다. 욤비를 도왔던 아브라함이 법정에서 했던 증언이다. "욤비 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그 어떤 사람도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욤비는 마침내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나는 나처럼 운 좋은 난민이 다시없기를 바란다. 나처럼 운이 좋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이 한국 사회가 바뀌길 바라기 때문이다. 후원금 몇 푼 주는 것보다 난민 스스로 두 발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회가 더 건강하고 유연한 사회라고 믿는다. 그리고 난민 역시 그런 사회에서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p307)

이 모든 과정에는 욤비가 묵을 수 있도록 스스럼 없이 자신의 집을 내어주고, 일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난민 신청 절차에 두 발 벗고 나서 동행하고 통역하고 증거수집했던 도움의 손길들이 있었다. 이 작지 않은 개인의 도움이 모여 결국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누군가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도움이 한 사람을 살리고, 그 가족을 살리고, 그 나라를 살린다.

 

『내 이름은 욤비』, 욤비 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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